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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웅 Oct 03. 2022

기업들이여 Z를 지워라

어서 빨리

“당신들은 러시아군과 관계가 있는 것입니까?”


지난 2월 24일(현지 시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일본항공(JAL) 산하 저비용 항공사(LCC)인 집에어도쿄(ZIPAIR Tokyo)가 지속적으로 받았던 문의입니다. 


문제의 발단은 ‘Z’ 문자였습니다. Z는 우크라이나 침략에 동원한 군수물자 등에 적어 넣은 알파벳으로, 정확한 유래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러시아의 승리를 기원하는 문구라는 것이 통설입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집에어도쿄가 보유한 비행기 꼬리 날개에 공통으로 기입한 표식 또한 ZIPAIR 의 첫머리에 있는 Z 문자였던 것입니다.


/집에어도쿄


집에어도쿄는 결국 지난 6월 기체 디자인을 바꾸겠다 발표했습니다. 꼬리 날개부의 Z를 지우는 대신 검은색, 흰색, 녹색의 3색을 조합한 새 로고를 그리는 방안이었습니다. 집에어도쿄 사장인 니시다 신고는 “우리 손님들이 조금이라도 불안을 느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며 결단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새로 바꾼 집에어도쿄 비행기 꼬리 날개 도색./집에어도쿄


삼성전자 역시 지난 8월 우크라이나와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홈페이지에 갤럭시 신제품을 업데이트하면서 갤럭시Z폴드4·플립4의 명칭을 '갤럭시폴드4·플립4'로 바꿔 올렸습니다. 삼성은 지난 3월에도 같은 지역에서 전작인 갤럭시Z폴드3·플립3의 Z 문자를 삭제했던 바가 있습니다. 러시아 홈페이지에는 폴더블폰 시리즈의 Z 표기를 그대로 두고 있지만, 대신 최신 제품인 갤럭시Z폴드4·플립4, 갤럭시워치5, 갤럭시버스2 프로 등은 판매를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유럽 최대 보험사인 스위스 취리히보험은 Z를 피할 목적으로 150년간 써온 회사 로고 사용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던졌습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으로 오해받고 싶지 않아 전통적으로 써 오던 파란색 바탕에 새긴 흰색 Z 로고를 제거했다”고 밝혔습니다. 취리히보험은 이러한 조치와 더불어 지난 3월을 기해 러시아에선 새 고객을 받지 않고 사업도 확장하지 않겠다 선언했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취리히보험 회사 로고./취리히보험


Z 사용을 꺼리는 주체는 기업뿐만이 아닙니다. 독일 니더작센주와 바이에른주는 지난 2월부터 Z가 적힌 깃발을 휘두르거나 스티커를 붙인 차는 아예 운행을 할 수 없도록 제한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징역형까지 각오해야 합니다. 독일 내무부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범죄이며 누구든 이 전쟁을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면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며 Z를 사용해 러시아에 동조하는 경우 처벌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카자흐스탄 또한 차에 Z를 붙이면 운전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국적인 추세에 저항하듯 러시아는 오히려 자국민의 일상에 Z를 침투시키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지난 5월 모스크바에 있는 'EONK' 매장에서 러시아 군용차량이나 미사일 발사대·연료 탱크·수송기·방사포 시스템 등을 본뜬 모양의 플라스틱 장난감을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EONK 온라인 홈페이지와 매장 진열 사진 등에 따르면 이 장난감들엔 전부 Z 표식이 있었습니다.


Z 표식이 붙은 장난감./트위터 ‘우크라이나의 영광’


이들은 교육 현장을 통해서도 아이들에게 Z 표식을 주입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특별 애국 수업’을 진행하며 우크라이나가 실제 국가로 존재한 적 없는 말로로시야(소 아시아)였고 자신들은 우크라이나의 비나치화를 위해 서방에 맞서는 특별군사작전을 수행 중이라 선전했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피해는 그저 워싱턴발 가짜 뉴스일 뿐이라는 식으로 일축했다 합니다.


Z 퍼포먼스에 참가한 아이들./이리나 발라추크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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