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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웅 Apr 07. 2022

할메니얼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쩌면, 유행을 위한 유행어

할메니얼


‘할머니(혹은 할매)+밀레니얼’로, 할머니 연배에서 주로 향유하던 문화를 찾아 즐기는 밀레니얼(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을 지칭하는 말인데요. 요즘엔 대개 식품업계 쪽에서 힘주어 밀고 있는 듯한 신조어입니다만.


사실 이러한 트렌드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명확히 밝힌 자료는 찾기가 어려운 편입니다. 어디 어디에서 쑥이나 팥 같은 제법 올드한 취향 식품 중 몇십 퍼센트를 20~30대가 소비했다 하는 조사 결과는 이따금 보이긴 하지만요. 대부분은 카페나 편의점 등 본디 주요한 고객이 20~30대인 사업장에서 실시한 것이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다소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간혹 특정 할메니얼 계열 상품 소비가 급증했다 주장하는 때도 있지만, 이 역시 론칭 혹은 프로모션 영향이 제외된 것인지 불분명한 경우가 대다수고요.


아예 흔적도 없는 현상을 억지로 창조한 신조어까진 아닐 테지만요.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시대의 큰 흐름이자 거대한 경향으로 단언하기까진 아무래도 살짝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를테면 제 외할머니께선 생전에 후라이드치킨을 상당히 좋아하셨습니다만. 역시나 평소의 식생활 대부분은 시골 밥상에서 크게 벗어난 데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튀긴 닭을 간혹 드셨다는 이유로 ‘외할머니 입맛이 서구화 되셨군요’라고 말한다면 조금 지나치지 않을까 싶다는 것이죠.


팥 아이스크림./게티이미지뱅크


그러므로 밀레니얼(이것도 사실 포함하는 세대가 지나치게 큰 범주죠)이 실제 식사나 간식 총량 중 어느 정도를 ‘할매 입맛’에 내주었는지, 20~30대가 신메뉴 론칭 마케팅 내지 프로모션 효과나 단발적 호기심 등을 모조리 제쳐둔 상태에서도 예스러운 음식을 적극적으로 찾는지 등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물론 입맛이 ‘할메니얼’인 소비자가 시장에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며, 나아가 ‘할메니얼’이 실제로도 트렌드 수준에 이른 소비 경향일 가능성 또한 얼마든 존재는 합니다. 다만 확증을 하기까진 적어도 아직은 근거가 너무나도 빈약한 편이니, 조금은 더 명확한 시그널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렇지 않고서야 할메니얼을 ‘유행을 만들기 위한 유행어’ 이상으로 대우하긴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가불기  


최신 용어라 하긴 뭣합니다만. 이래저래 요즘 인터넷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긴 하니 소개 드립니다. 이는 ‘가드 불능 기술’의 줄임말로, 시스템상 어떤 수를 써도 막을 수 없는 공격을 의미합니다.


용어의 기원은 게임, 그중에서도 대전 액션 게임입니다. 1992년작 ‘용호의 권’에 등장하는 ‘용호난무’ 기술이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했던 가불기였죠. 이후 다른 게임에도 가불기가 여럿 등장하며 일종의 업계 용어로 굳어졌고요. 다만 꽤 오랜 세월에 걸쳐 가불기라는 말은 게이머들 사이에서나 쓰이던 말이었을 뿐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표현까진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같은 상황, 즉 무슨 방법으로도 피하지 못할 공격에 노출됐을 때엔 ‘외통수’에 몰렸다 말하는 것이 훨씬 일반적이었죠.


SNK의 1992년작 ‘용호의 권’./고전게임천국


그러나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늘고 이에 따라 게임 문화가 사회 전반에 자연스레 퍼지며, 인터넷상에선 ‘가불기’가 ‘외통수’를 거의 대체하게 됐습니다. 장기나 오목 등을 비교적 덜 즐기는 요즘 세대에선 외통수라는 표현이 다소 낯설고도 낡은 느낌으로 다가오기 쉽다 보니 변화에 한층 더 가속이 걸린 면도 있었죠.


아무튼 요즘 들어 정치, 인종, 성별, 종교 등 어느 쪽의 포지션을 취해도 맹공을 받기 쉬운 분야에서 갈등이 늘며, 가불기 상황에 놓인 이를 보는 것이 그리 드문 일도 아니게 됐습니다. 어쩌면 어떤 답을 내놓더라도 굳이 마뜩잖은 부분을 찾아 지적을 하는, ‘프로불편러’가 늘어난 세태와도 맞물린 현상이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소부장  


소재·부품·장비를 아우르는 줄임말로,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사업들을 한데 묶은 용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1월 22일 열린 충남 천안 엠이엠씨코리아㈜ 실리콘 웨이퍼 2공장 준공식 당시 했던 축하 연설에서 비롯한 표현으로, 아주 근래에 등장한 신조어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2년 반쯤 지난 현재까지도 활발히 쓰이고 있는 편인데요.


/게티이미지뱅크


이는 이 용어의 탄생 배경이 된, ‘소부장 국산화·내재화’가 지금 이 순간에도 충실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9년 7월 일본은 우리나라를 상대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부품 등을 수출하는 것을 규제하는 조치를 단행했는데요. 이것은 2018년 하반기 즈음부터 제주 국제관함식 자위대 욱일기 게양 문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저공 위협 비행 사건,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 등이 연이어 터지며 급속도로 불거진 한·일간 외교 마찰을 경제 분야로 끌어온 것이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를 계기로 국내 기초 산업 육성과 경쟁력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요. 그 결과 미흡한 분야도 아직 일부 존재는 하나, 2021년 즈음에 이르러선 그래도 소부장 분야 전반에서 일본 의존이 크게 줄고 국산화·내재화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부의 소부장 지원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를테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5일 '2022년 소부장 신뢰성기반활용지원사업'을 공고했습니다. 이 사업은 개발한 제품의 상용화를 위해 신뢰성 확보가 필요한 소부장 중소·중견기업이 인프라를 갖춘 전문기관(공공 연구소·민간시험기관·대학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바우처(온라인 이용권)를 발급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올해는 금속, 화학, 석유, 세라믹·전자, 기계·자동차 등 5대 분야에 국비 201억4000만원을 투입할 계획이라 합니다.



*이것은 신규 코너 발굴 차원에서 최근 인터넷 이슈나 트렌드를 정리해, '지금 인터넷에서는' 타이틀을 THE PL:LAB INSIGHT에  업로드한 아티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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