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시작

by 묘연


1988년.

어느 평범한 날 아침.

진한 갈색의 나무로 된 엄마의 화장대 서랍 옆에서 몸을 반쯤 숨긴 채 화장하는 엄마를 바라본다.

네모난 서랍에 안쪽으로 타원으로 검정 테두리가 둘러져 있던 화장대 서랍.

그 테두리를 따라 손가락으로 서랍을 의미 없이 만져본다.

그러는 동안 엄마는 얼굴에 무언가를 열심히 바르고 그린다.

은은하면서도 예쁜 엄마 냄새가 난다.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 없을 때 해봐야지.

엄마가 립스틱으로 입술을 한 바퀴 돌리더니 입술을 입안으로 넣어 '파파파파'한다.

저렇게 하는구나.


내 인생의 첫 장면, 첫 기억.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자신의 유년시절을 기억할까.

내 인생 최초의 기억의 날들을 되짚어 보니 아마도 지금 내 아들은 인생의 기억을 시작하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어렴풋이 기억할 수 있는 나이.

아니, 어쩌면 사소한 것도 다 기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아이는 어른이 되면 2020년 지금을 어떻게 기억할까.

왠지 모르게 집안에만 있었던 날들로 기억이 될까.

매일 마스크를 신발 신듯 꼭 쓰고 나갔던 날들로 기억이 될까.

퇴근하고 집에 온 아빠 옷이 흠뻑 젖도록 소독 스프레이를 뿌리면서 놀았던 날들을 기억하게 될까.

밖엔 코로나가 창궐하고 여름날 기상이변으로 몇 날 며칠 비가 와서 외출도 못하고 좁은 집에 갇혀 하루 종일 엄마와 동생과 함께 하는 이 시간들을 어떻게 기억할까.

집 밖은 너무 힘들고 우울한 상황이지만 아이는 그런 건 하나도 몰랐으면 좋겠다.

그저 집에서 엄마와 하고 싶은 놀이를 마음껏 했던 날들로,

동생과 매일 투닥거렸지만 동생 덕분에 자주 웃었던 날들로,

가끔은 아빠가 회사를 가지 않고 함께 놀아줬던 날들로,

우리 매일 늘 신나고 즐거웠던 날들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따지고 보니 이런 상황이 무조건 나쁘지만은 않다.

아이의 기억의 첫 장엔 늘 가족들이 집 안에 함께 있으니 말이다.


기억의 시작 사본.jpg 너의 기억 첫 장엔 늘 우리가 함께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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