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둘만의 외식

by 묘연

“우리 오랜만에 단둘이 외식할까?”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던 남편이 대뜸 외식을 하자고 했다.

요 며칠 전시 준비를 하느라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겨둔 덕분에 우린 단 둘이 식사를 할 기회가 생겼다.

둘째 아이를 낳고는 거의 외식을 하지 못했던 탓인지, 아니면 남편과의 단둘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설렜던 건지 그 말을 들은 후부터 설레서 도통 어떤 일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18년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임신 기간 동안 외출을 거의 하지 못한 데다 2019년에 출산을 하고 두 아이를 보살피느라 외출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리고 2020년이 되어서야 조금밖에 나가볼까 했더니 팬데믹으로 강제로 집에 갇혔으니 3년 동안 집 밖을 나가본 게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게다가 아이들 없이 단 둘이 어딜 갈 생각을 하니 어찌 설레지 않을 수가 있을까.

'외식하자고? 단 둘이????'

이 말이 왜 이렇게 달콤하게 들렸는지... 오전에 운동을 2시간 정도 하려고 했으나 한 시간 반 만에 집에 뛰어왔다. 남편과의 외식이 너무 기다려져서 운동을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남편의 점심시간에 맞추어 씻고 화장을 하고는 물었다.

“우리 뭐 먹으러 갈까?”

“저번에 지나가다가 두부집 봤는데 거기 가볼까?”

“이왕 나가는 거 차 타고 나가보자.”

“좋아.”

둘이 차를 가뿐하게 타고 식당으로 출발했다.

차에서 내려 그 짧은 동선 동안 기분을 내고 싶어 괜히 팔짱을 껴보았다.

이토록 어색할 수가...

나는 괜히 한마디 붙였다.

“여보한테 찰싹 붙어서 가야겠어. 불륜커플로 보이게ㅋㅋㅋ.”


코로나여서 식당이 텅텅 비어있을 거란 예상과는 다르게 식당 앞 주차장이 차로 가득 차 있었고 식당 안 종업원들은 종종걸음으로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여기 두부전골 하나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주식쟁이인 남편의 주식 이야기 조금, 그리고 요 며칠 공유하지 못한 아이들의 새로운 사진들을 보고 잠시 웃고 난 뒤, 이게 얼마 만의 외식인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밥이 나오기 전까지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된다는 바깥 생활 유경험자의 이야기가 끝나니 음식이 나왔다.

두부를 먹는 동안 입속에서는 엄청난 부드러운 식감이 모든 기분을 말랑말랑하게 했고 설레는 마음만큼이나 입속은 뜨겁고 부드럽게 춤을 추고 있었다.


음식을 먹는 동안에는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지금이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순간들인지, 비 오는 날 너와 두부를 먹으니 입속의 부드러움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이런 얘기를 나눴어야 할까?

기대와는 다르게 우린 먹는 내내...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밥 잘 먹고 있겠지? 하영이가 팽이버섯 좋아하는데 여기 팽이버섯이 엄청 많네. 맨날 애들이 좋아하는 걸 안 먹다 보니 팽이버섯만 잔뜩 남았다. 우리 이거 다 먹고 두부 사 가자. 애들이 엄청 좋아하니까. 하영이는 달걀을 못 먹다 보니 두부를 많이 먹여서 그런지 유난히 두부를 좋아하지. 성현이도 잘 먹어야 할 텐데...” 하는 얘기들로 설레는 외식을 채웠다.

결국. 아이들 없이 오랜만에 한 외식에서도 우린 아이들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린 언젠가부터 서로를 마주 보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대신 나란히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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