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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연 Mar 30. 2023

남김없이...

점점 몸이 더 무거워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몰골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몸이 퉁퉁 부어있다.

따듯한 물 한잔을 들이켜고 아이들의 시중을 들으려 이방 저 방 걸어 다니면 겨우 조금씩 몸이 안정되어 간다.

아이들 하나하나 신경 써주고 싶고 새벽에 나가는 남편의 아침식사 정도는 챙겨 주고 싶은데...

몸이 허락하지 않으니 눈만 뜨면 출근한 남편이 벗어놓은 잠옷을 보며 속상함이 한 바가지. 

어제는 하영이의 화장실 문제로 남편과 약간의 언쟁이 있었다. 혼자서 충분히 갈 수 있음에도 남편이 집에 오면 하영이는 화장실을 혼자 가지 않으려고 한다. 볼일 보는 앞에서 애정 어린 눈빛을 발사해야 하고 휴지를 곱게 접어 닦아 줘야 하고 그런 다음에 옷까지 입혀줘야 하는 그 수고를 남편은 집에 오면 기꺼이 감당한다.

문제는 저녁에 그렇게 하고 나면 아침에 엄마도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는데 있다.

이제 막돌이가 태어나면 아마도 나와 남편은 그럴 여력이 없을 듯한데

할 수 있을 때 해줘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지금부터 스스로 할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를 두고 

서로의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그 분위기를 파악한 하영은 오늘 아침 일어나 혼자서 화장실을 갔고 몸을 제대로 일으키지 못하는 내게 와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화장실 혼자 갈 수 있는데 아빠는 왜 나 따라오는 거야?"

맹랑한 녀석. 네가 맨날 아빠한테 쉬 마렵다고 같이 가자고 했으면서...

그래도 우리의 언쟁이 헛되지 않았음을. 그리고 그 두 문제 사이에서 아이의 현명한 선택이 모든 문제를 해결했음을 기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하루하루가 막돌이를 맞이할 준비이고 각오의 연속이다. 


출산을 한 달여 앞두고 아기 용품을 준비하는 것보다 새 식구를 맞이할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나 역시 강하게 마음먹는 일이 제일 중요하기에 오늘은 또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을지 걱정하게 된다. 

아침에 성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내 몸이 허락하는 이상 아이를 등굣길을 함께 해주고 싶은 나의 욕심이 발동하여 혼자 갈 수 있는 아이를 굳이 교문 앞까지 따라 밀어 넣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러다 갑자기 해줄 수 없을 때의 서운함을 아이가 느끼지는 않을지...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아침에 성현이 말한다.

 "엄마 나 오늘 내가 하영이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등교할까?"

 "아니 엄마가 오늘은 데려다줄게. 하교할 때 혼자 집에 와봐."

아이들은 나의 걱정보다는 훌쩍 커있고 나의 감정만 아직 막돌이나 여덟 살 성현이나 다를 바 없이 모두 아기로 남아있을 뿐이다. 


다 해주고 싶다.

부족하지 않게. 

모자라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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