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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연 Apr 27. 2023

또 잊을 테니까.

이제 진짜 예정일을 2주 정도 앞두고 임신성 고혈압에 감기 그리고 혈압약에 대한 부작용으로 엄청난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아이는 내려오지 않아 운동이 필요한 상황. 

한마디로 너무 괴로워서 누워만 있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되는 상황이다.

임신이 이렇게 괴로운 과정이라는 걸 다시 한번 해보고서야 지난 괴로웠던 임신들이 기억이 난다.   

그때도 몸은 이렇게 무거웠고 임당과 고혈압의 경계선에서 똑같은 상황이었었는데 어떻게 극복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땐 지금보다 젊어서 쉽게 극복되었던 걸까. 괜히 흘러간 시간을 탓해보고 내 나이를 탓해본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 고난을 세 번이나 감당하려 한 걸까. 아이를 낳으면서 진짜 뇌까지 낳는다는 우스갯소리가 결코 우습게만 들리지 않는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아침. 

눈을 떴지만 무거운 몸을 쉽게 일으키지 못하고 침대 위에서 눈만 감은 채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데

두 녀석이 어느샌가 이불속에 들어와 한 놈씩 한 팔을 베고 눕는다. 

"엄마, 일어날 시간이에요."

"엄마, 나 엄마 팔 베고 누워도 돼요?"

그러더니 무슨 영문인지 갑자기 꺄르르르 웃으며 장난을 친다. 

이렇게 예쁜 애들을 키우면서도 무슨 욕심에서 이렇게 하나를 더 키우겠다고 지금 이 고생을 하는가 싶다. 하지만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냐는 엄마들의 단골멘트를 상기하며 아픈 머리를 꾹꾹 눌러가며 눈을 질끈 감는다. 

그 와중에 옆에서 조잘조잘 "엄마, 엄마" 하는 아기새 같은 아이들을 보니 이 아이들을 낳았을 때도 겪었던 이 고통은 온 데 간 데 없고 아이의 조잘거림에 간지러운 행복만이 귓가에 맴돌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아팠던 시간들은 어디로 간 걸까.

괴로웠던 기억들은 어디로 가고 나는 또 이렇게 고행길을...

아이들이 주는 사랑이 너무 예쁘고 커서 이 괴로움들을 덮어버렸을까.

아픈와중에도 아이들의 애교에 웃음이 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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