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묘연 Apr 05. 2023

벚꽃이 아름다운 이유

벚꽃계절이 왔다. 

만개한 벚꽃도 아름답지만 벚꽃은 눈꽃처럼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질 때가 더 아름답다.

2019년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온 세상이 하영이의 탄생을 축하하듯 흩날리던 벚꽃길을 잊을 수가 없다. 

작은 아기를 이불에 싸서 그 집 앞 길을 걸으면서 이 아름다운 계절에 태어난 하영이를 아름답게 키우겠노라 다짐하던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환상적인 기분이 든다. 

나 어릴 때는 주변에 벚꽃이 이리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길거리에 온통 벚꽃나무가 4월만 되면 봄의 아름다움을 축하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기꺼이 자연의 축하를 받기 위해 벚꽃을 찾는다. 

올해도 역시 그 아름다움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나 역시 볼록 튀어나온 배 위에 하얀 꽃잎이 축복의 꽃가루처럼 떨어지면 4년 전 그랬던 것처럼 태어날 아기를 아름답게 키워 보겠노라 다짐했다. 


그런데 오늘 비가 온다. 

일 년에 반짝 며칠을 주목받는 벚나무로써는 서운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짧게 피었다가 져버리는 이유도 있지만 아마도 별안간 비가 오면 속절없이 떨어지는 벚꽃잎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벚꽃 소식을 들으면 사람들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꽃이 만개한 사진을 찍고 그 속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찍고 기록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며칠 안 되는 시간 동안 누릴 수 있는 짧고 강렬한 아름다움 뒤에 남을 아쉬움을 간직하기 위해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들도 벚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다르게 빨리 성장하는 아이들.

나의 옷의 사이즈는 몇 년이 지나도 똑같은데 아이들은 쑥쑥 자라 옷과 신발은 매년 사야 한다. 

어제의 모습과 오늘의 모습이 다르고 지나고 보면 아이들이 짧은 새 많이 성장해 있음을 크게 느낀다. 

그만큼 아이의 모습은 짧은 순간 피어나는 벚꽃처럼 빠르게 피어나고 있다. 그 순간순간이 너무 짧게 느껴져 핸드폰에 아이의 사진을 가득 찍어 놓는다.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병원에서 막달검사를 하며 아이는 벌써 2주 동안 500그람이나 성장해 있었고 점점 우리 마주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생아 시절 아가는 누구보다 빠르게 모습이 변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아이의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기와 나 건강하게 자연분만 하고 집에 일찍 왔으면 좋겠다. 짧고 강렬한 벚꽃을 누리는 사람들처럼 나 역시 짧고 강렬한 이 작은 아가의 모습을 누리고 싶으니 말이다.   


아이의 성장에 감탄하느라 늙고 있는 나의 모습은 정작 생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분명 우리 모두 짧은 인생 벚꽃처럼 아름답게 피고 지고 있을 거다.


한 철  장지에 혼합 재료, 72.7x53cm, 2016 김효연

서울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벚꽃 구경에 열을 올렸고 뉴스에는 비가 오면 벚꽃이 다 떨어질 거라는 예보와 함께 아직 벚꽃 구경을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했다. 

결국 비는 내렸고 피어있는 꽃보다 젖은 바닥에 떨어져 짓이긴 게 더 많은 벚꽃을 구경하러 갔다. 

역시나 비가 오고 처참해진 벚꽃엔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었다. 

사람들은 안다. 그렇게 한 철만 왔다가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그 한 철을 위해 생기 있게 피어나는 꽃이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 것인지를. 

우리도 결국 한 철만 왔다가는 인생인 것을. (작가노트 2016)





매거진의 이전글 얼굴도 모르는 아이를 위한 기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