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할 수 있을 때

그렇게 엄마가 된다.

by 묘연

오늘은 유난히 아이가 칭얼거린다. 안고 집을 서성거리고 있는데 문득 엄마로서의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
하루쯤은 다 내려놔 보고 싶고
하루쯤은 이 아이에 대한 책임감에서 조금 벗어나 보고 싶다.
아이가 크면 조금 나아질까...
문득 지난 강사 시절이 떠올랐다.

난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강사 일을 시작해 출산 전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초등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러는 동안 많은 아이들과 많은 부모님들을 만났고 특히나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과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로부터 많은 상담 요청을 받았다.
그들 대부분은 사춘기가 와 엄마 품을 벗어나 스스로 자립하려는 아이들과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부모님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 때문에 서로 아파하고 힘들어했다.
그 시기 아이들의 애착이 친구나 다른 선생님들과도 형성되면서 자연스레 엄마에 대한 애착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그 시기가 오면 자식들에게 극단적으로 ‘버림받는 감정’을 느끼는 부모님들이 적지 않았고 그런 부모를 이해할 수 없는 자식들은 그저 엄마가 미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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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안고 몸을 흔들거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니
아이는 곧 칭얼거리다 큰 눈을 뜨고 언제 울었냐는 듯 배시시 웃는다.
그래. 지금 이 어린아이에겐 내가 전부지.

그것도 아이의 생존이 달린 아주 중대한 존재.
하지만 언젠가는 이 아이도 나와의 애착을 떠나 다른 사람과의 애착을 형성해 나가겠지.
그럼 나 역시 다른 부모들처럼 마음이 아플 날이 올지도 모른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의 속상함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나이기에 지금 이 아이의 웃음이, 지금 이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들인지 마음속으로 새기고 또 새겨본다.

지금은 비록
집에서 아들을 안고 서성거리느라 나의 일을 잠시 놓아둘지라도
아들에게 젖을 먹이느라 잠시의 외출도 못할지라도
아들을 사랑하느라 친구들을 못 만날지라도
지금 아이를 안고 사랑한다고 원 없이 말해주고
안을 수 있을 때 원 없이 안아주고
만질 수 있을 때 원 없이 만져주고
웃을 수 있을 때 원 없이 웃어주자.

언젠가는 아이들은 자라서
보드라운 턱에서 까슬한 턱수염이 나고
아직 한 번도 밟아 보지 않은 보드라운 새 발로 어디든 돌아다니며
귀여운 참새 소리를 내는 목소리가 굵어져 누군가에게 로맨틱하게 사랑을 속삭이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때가 오면 지금 원 없이 한 사랑으로

마음이 가득해진 엄마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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