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엄마가 된다.
32시간의 산고 끝에 아이를 출산했다.
길고 길었던 출산.
아이를 낳자마자 나른해지고 기절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지만 금세 이성을 차리고 아이의 건강을 확인했다.
긴 진통을 함께 했기에 아이가 행여나 힘들어할까 노심초사하며 아이를 확인했다.
얼굴은 누굴 닮았는지, 손과 발은 정상인지, 눈코 입도 잘 있는지... 아이를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았다.
고맙게도 새까만 머리숱을 자랑했고 나오자마자 눈을 떴다.
손을 입에 넣었다 뺐다 하며 캥거루 케어 내내 나에게 안겨 열심히 젖을 찾았다.
우리 아이는 모든 게 정상이었다.
딱 한 가지 빼고.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우리 아이 정수리에는 하트 모양의 도장이 찍혀있었다.
태어나자마자 새카만 머리숱을 자랑했지만 그래서인지 핑크색 하트 모양 도장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내가 너무 힘줘서 머리가 어디 긁혔나?
아님 임신기간에 몇 잔 마신 커피?
길다 가다 맡은 담배냄새?
아침마다 너무 핸드폰을 열심히 했나?
뭐지?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아이의 정수리의 하트를 처음 본 그 순간 오만가지의 생각이 다 들었다.
병원에서는 큰일이 아닐 거라고 했고 신생아실에 나이 많은 간호사님은 이런 아이 간혹 있다며 두피 시술해주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일이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그저 아픈 게 아니라는 병원 측의 말을 듣고는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진통을 앓느라 이틀 밤을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지만 병원에서는 수유 콜을 보냈고 나는 한걸음에 달려갔다.
피가 말끔히 닦인 아이와 정식 첫 대면.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내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데 난 한눈에 하트점을 보고 내 아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어쩜 점도 하트 모양이람...
너무 이쁘다.
그렇게 지금까지 내는 매일매일 아이의 하트에 입을 맞춘다.
마치 정수리에 누가 일부로 뽀뽀하라고 비워둔 것처럼... 나의 뽀뽀 존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 부부는 아이가 5개월이 되는 날 병원의 권유로 피부과에 가서 진찰을 받았다.
우리 아이의 병명은
“피지선 모반”
점의 일종이었다. 나중에 악성으로 변하면 그걸 ‘암’이라고 하는 거라며 사춘기가 되면 변형이 올 수 있다는 무서운 얘기도 들었지만 아직 악성이 될 확률은 낮아 보이니 아이가 커서 수면마취를 하지 않아도 시술할 수 있때가 오면 시술을 해보자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보기 흉하면 돌 이후에 수면마취 후 시술해보자고 하셨다.
아픈 건 아니지만 운명적으로 머리에 칼을 대야 하는 이 아이.
볼 때마다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사랑스럽고 내 눈엔 그 하트점 조차 예뻤지만 사실 나도 모르게 신경이 많이 쓰였던 것 같다.
그렇게 모자를 열심히 씌워서 다니는 걸 보면...
하트 점을 볼 때마다 속상함 세 스푼 사랑스러움 한 스푼 걱정 두 스푼 냉수에 풀어 한잔 원샷하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그 마음이 폭발한 날이 있었다.
마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아이 머리가 왜 그러냐며... 너무 흉하다고... 남자아이라 다행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 한마디에 여태껏 참아왔던 속상함이 밀려왔다.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하고 집에 왔지만 우리 아이의 모습이 다른 사람 눈에 흉하게 비쳤다는 말이 너무 속상했다.
그날 집에 와 인터넷 검색과 성형 수술에 대해 많은 검색을 했다.
‘유치원 가서 아이들에게 왕따라도 당하면 어쩌지.’
‘이 작은 아이를 수술이라도 시켜야 하나.’
‘그 아줌마가 이상한 게 아니라 모두가 저렇게 물어보고 싶었겠지?’
나의 못난 마음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급기야 당장 수술을 시키고 싶었고 마취방법까지 검색하고 남편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내가 이렇게 못난 모습을 보이는 동안 아이는 조용히 내 품 안에서 잠들었다. 내 가슴팍을 꼭 쥐고 세상에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자는 아이를 보니 못난 마음이 아이의 잠든 얼굴에 녹아내렸다.
'안 아픈 것만 해도 너무 다행이야.
언젠가는 너를 수술대 위에 올려야 할 상황이 오겠지.
그렇더라도 엄마 원망하지 말고 잘 참아줘.'
그리고는 하트에 입맞춤을 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점.
다들 이런 특별한 점 하나씩 갖고 있지 않을까.
우리 아이뿐만 세상엔 많은 사람들이 있고 다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태어난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거나 다른 사람들과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는 사람들도 많다. 그것이 삶에서 불편할 수는 있지만 모두가 똑같이 존중받고 살아야 할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걸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모든 걸 다 가진 사람들은 세상에 더 특별한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을 한 번 더 사랑해야 한다는 걸.
아들의 하트 점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들의 머리 위에 하트 점.
하늘에서 우리 아이 정수리에 하트 모양의 도장을 찍어 보낸 이유가 있다.
다른 사람들이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서라고 근사하게 대답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그리고 아이에겐 다른 사람과 다른 걸 가지고 있어도 행복하게 상처받지 않고 사는 법을 가르쳐 줘야겠다.
아이의 하트 점을 통해 나는 세상을 새롭게 보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난 그렇게 엄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