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니

그렇게 엄마가 된다.

by 묘연


매끄럽고 부드러운 핑크빛 잇몸 위로 하얗고 깔끄러운 게 돋아났다.

너무 신기해 손으로 만져본다.

아이도 이 느낌이 이상한지 연신 혀를 날름거리며 깔끄러운 이를 느껴본다.


연약한 아이에게서 이렇게 딱딱하고 깔끄러운 이가 돋아나느라 간밤에 지독한 열병을 앓았나 보다.

낮에도 내내 울고 밤에 자다가도 이유 없이 자지러지게 울고 안아도 안아도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차라리 얼마큼 아프다고 말을 하면 내 마음이 덜 아플까.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고 말을 하면 그 고통 같이 나눌 수 있을까.

아파도 아프다고 말을 못 하고 그저 눈물만 흘리며 악을 쓰는 아이를 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안고 등을 토닥여 주는 일 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아이만큼이나 내 마음도 많이 아팠다.

성장통.

우리 아들은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앓고서는 이가 한꺼번에 네 개나 돋아났다.

아들은 수유하면서 몇 번은 나의 젖가슴을 씹기도 했다.

쌀알같이 작은 이였지만 그 힘은 대단했다.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비명에 아이는 놀라 울기까지 했었으니 말이다.

'이 여린 잇몸에서 이 힘센 놈이 나오느라 그렇게 아팠구나.'

젖가슴이 씹혀도 아들의 이가 대견한 엄마다.


그런데 몇 번 아들에게 아프게 씹혀보고 나니

부드럽고 연한 음식들은 혀로 느끼고 딱딱하고 질긴 것들을 씹어 먹어야 한다는 것을 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들도 이가 모두 돋아나 맛있는 것들을 모두 먹을 수 있게 되면 강하게 씹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걸까.

약한 것에는 약하고 강한 것엔 강해야 한다는 이 간단한 윤리를 가르치기 위해 어쩌면 신은 인간에게 처음부터 이를 주지 않고 이렇게 아픔을 통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지독한 성장통을 앓고 나면 아들은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한 입을 가지고 세상을 즐기며 살게 되겠지.

그나저나 이 성장통은 언제 지나가려나...

조금은 덜 아프게 그리고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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