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엄마가 된다.
태어나서 엄마 아빠 다음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네 아빠였고
난 누구보다 진실하고 솔직하고 그리고 진하게 사랑을 해봤다고 자부했어.
그런데 네 아빠를 사랑한 8년 동안의 내 마음보다 너를 향한 1년의 시간이 더 진하고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우리 이제 당연한 사이가 되어버렸고 둘 중 하나가 없으면 너나 나나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네.
자는 널 두고 잠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사이에도
혹시나 내가 탄 엘리베이터가 멈춰 여기 갇혀서 나갈 수 없게 되면... 그리고 그 사이 네가 깨서 날 찾으면 어쩌나..
뭐 이런 생각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어.
넌 항상 나 없이는 먹지도 자지도 못하지.
나도 그래.
네가 없으면 나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잠도 못 자고 아니 아마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몰라.
우린 2인 1조가 되어 매일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하루 24시간을 원 없이 서로 사랑해 보았지.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한 발짝씩 너의 뒤에 서있으려고 해.
야속하게 생각하지 말아줘.
엄만 언젠가는 늙고 힘이 없어지고 더 이상 너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몰라.
아니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갑자기 어느 날 엄마가 사라지게 되면, 엄마가 더 이상 너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일이 생기게 되면... 물론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혹시 모르니 지금부터라도 엄마 없이도 잘 먹고 잘 자는 연습을 조금씩 해야 할 것 같아.
그 시작이 바로 오늘이었던 거야.
넌 엄마가 야속했겠지.
밤마다 잠들 때까지 젖을 물려주던 엄마가 변했으니까.
매일 하던 대로 너는 침대에 누워 내 가슴팍을 파고들었지만 난 허락하지 않았어.
야속함에 오열하는 니 눈에 맺혀있는 눈물이 강이 되고 바다가 되어 내 마음에 소용돌이를 치고 있었지만
그 눈물을 닦아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 한 방울도 아까운 니 눈물이 허사로 돌아가면 안 되었으니까.
널 안고 방안을 서성이면서 안긴 채로 젖을 찾는 애처로운 너의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는 열두 번은 더 그냥 이 젖을 물리고 싶었지만 앞으로 혼자 힘차게 세상을 걸어나가야 할 널 상상하며 엄마도 너만큼이나 울면서 버텼어.
서로 부둥켜 앉고 울음을 참으면서 한 시간 남짓을 이 어둡고 좁은 방을 서성이면서 정말 이게 너를 위한 일일까 수천 번 수만 번은 생각했지.
근데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결국 흐느끼며 자는 너의 옆에서 한참을 누워 부채질을 해주고 나니 넌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쌔근쌔근 잠이 들었지.
내겐 어떤 산보다 근사하고 커다란 존재. 미처 흐르지 못하고 고여있는 눈물은 호수 같았어. 그 호수를 따라 능선을 따라 머리카락, 구레나룻, 귀와 목 그리고 등을 쓰다듬으며 자는 너를 여행했어. 쌔근대는 너의 숨소리에 내 숨소리를 맞춰 보고는 그제야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를 떨구고 가만히 미소를 지어보았지.
사랑하는 아들아 우리 이제 한고비 넘었구나.
모든 게 쉽지 않겠지만
엄마 믿고 한 발자국씩 앞으로 발을 뻗어 걸어볼까.
엄마는 언제나 뒤에서 너랑 발맞추며 걷고 있을 거야.
언젠가 달려가는 너를 따라가지 못하는 날이 올 때까지 너와 함께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