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엄마가 된다.
내가 가진 게 열이라면 아이에게는 열 하나를 어떻게든 만들어해주고 싶은 것.
엄마 마음.
없는 것 있는 것 다 해주고 싶은 엄마 마음을 누가 따라올 수 있겠냐만은 가끔은 이런 엄마 마음에도 노란 짜증이 찾아오고 빨간 화도 찾아온다.
주말이 되면 그 마음이 온통 새빨개진 마음을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묻어나기 마련이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고 서툴지만 남편이 아이에게 하는 것을 보면 잔소리가 끝도 없이 나온다.
지난 주말이 그랬다.
주말이면 남편에게 아이를 잠시 맡기고 운동을 하러 갔다 오는데
그냥 나가면 어련히 남편이 알아서 할까 싶지만
현관문을 닫기 전까지 긴 꼬리처럼 잔소리를 깔아놓고는 쉽사리 나가지도 못한다.
오래 있다가 오는 것도 아니면서 현관 앞에서 불안한 마음을 질질 끌면서 속사포 잔소리를 쏟아내는 내 모습은 어쩌면 분리불안은 아이가 아닌 내게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아이의 기저귀는 일 보는 즉시 갈아줬으면 좋겠고 변비가 있는 아이를 위해 수시로 물을 먹였으면 좋겠고 티브이만 보지 말고 아이에게 집중해서 놀아줬으면 좋겠다.
무조건 뺏고 안된다 말하지만 말고 다른 것에 시선을 끌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자연스레 못하게 하는 게 좋겠다.
크게 울기 전에 달래주고 큰소리는 치지 않는 게 좋겠다.‘
어쩔 땐 라임도 맞고 리듬도 타는데
그럴 때마다 남편은 왜 주부 래퍼 잔소리 배틀은 없는 거냐며 그런 프로가 생긴다면 내가 1등 할 거란다.
잔소리를 겨우 끝내고 간신히 운동을 갔다가 부리나케 달려와 현관문을 열었는데
아뿔싸. 밥을 먹여야 한다는 말을 까먹고 안 하고 갔다.
배고프다는 아이에게 과자를 먹이며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남편과 아이를 보니 속상함이 발끝에서부터 밀려온다.
내가 말하고 가는 것을 깜박했다지만...
아니~ 그래도 애가 배가 고프다면 밥을 알아서 먹여야 하는 거 아닌가. 과자를 먹이다니 이 사람 정말 아빠의 자격이 있긴 한 건가.
마음속 서운함이 에누리 없이 가루까지 탈탈 털려 나온다.
남편은 머쓱하게 이유식을 데우고 아이에게 밥을 먹어보자며 태연한 척을 하지만
그 모습은 흡사 선생님한테 혼난 중학생 같다.
달콤한 과자 뒤에 밍밍한 밥이 맛있을 리 없는 아이.
몇 숟갈 받아먹더니 싫증을 낸다.
남편은 아무 미련 없이 이유식 뚜껑을 닫고는 내게 한마디 한다.
“안 먹는대.”
마음에 참을 인을 새기고 있던 연필이 뚝 하고 부러져 버린다.
“어떻게든 먹여야지. 한 숟갈이라도 더 먹여야지!!!!!!!! 안 먹는다고 안 먹일 거야?!!!!!!!!!!”
기침하다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오는 가래같이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까지 나온다.
“애가 당신처럼 키가 난쟁이 만하면 좋겠어?”
‘그래. 사실 키 크고 잘생긴 아들을 낳아 키우고 싶었으면 이 남자를 만났으면 안 되었다.
키 작고 못생긴 이 남자. 난 뭐가 그리 좋아서 결혼했는지 모르겠다.
오오! 게다가 아이에 대한 책임감도 없는 남편이라니.‘
“키 작으면 어때? 난 그래도 당신처럼 키 크고 예쁜 여자 만났잖아. 얘도 그러면 되지!.”
“......”
그 말이 뭐라고 머릿속에 떠올랐던 남편에 대한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확 씻겨 나간다. 부정적인 생각만 하고 있는 내게 언제나 당신은 예쁘고 사랑스럽다며 얘기해주는 이 사람.
순간 시뻘건 분노가 하얘지고 이 남자가 성현이 아빠가 아닌 내 남편으로 보인다.
모든 엄마들은 아이에게 완벽함을 주고 싶다.
엄마의 마음은 너무나 커서 숭고하기까지 한걸... 아빠도 따라올 수 없는 게 엄마의 마음인 것 같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에게 쏟느라 변해버린 내 마음과는 달리 남편은 아직도 아이보다 날 더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