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강요

by 묘연


몇 시간째 잠을 이루지 못하고 찡찡대는 아이,

젖을 물렸다가 흔들어봤다가 음악을 틀어봤다가 백색소음을 내봤다가 짐볼을 타봤다가 아이가 잠들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찡찡 거림에서 해방하겠다는 나의 강한 의지가 오늘도 우릴 힘들게 만들었다.
힘든 시간을 지나고 아이가 바람대로 잠이 들자 기쁘고 들뜬 마음으로 그동안 뭘 할까를 궁리하며 침실을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빠져나오는 내 모습과 그 뒤로 아이의 자는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아까의 짜증은 온데간데없고 내가 산 이불, 내가 산 인형, 내가 산 베개에 둘러싸여 행복한 표정으로 곤히 잠든 아가를 보니 임신했을 때 아이를 위한 일이라며 출산용품 리스트를 열심히 작성하고 베이비페어를 쫓아다니며 비싼 물건도 서슴없이 사는 일이 내가 아이를 위한 마음이라고 여겼던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잘 자고 있는 아이를 보니 반성을 하고 고해성사를 하게 되는
엄마의 마음은 다 똑같은 걸까.

아이를 똑똑하게 키우겠다며 온갖 태교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아기용품을 열심히 사 모았던 그 시간들을 뒤로하고 정작 태어나 이 세상의 맛을 알아가는 아이에게
자는 모습이 젤 이쁘다는 둥 짜증 내지 말고 얼른 잠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엄마...

이제 막 세상에 눈을 떠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에게 자는 모습이 젤 이쁘다고 생각하는 그런 엄마는 되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따지고 보니 아이가 잠들고 나서 딱히 혼자 즐길만한 비밀스럽고 즐겁고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저 걸레를 집어 들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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