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며 살자
사랑이 빠진 콘텐츠가 있을까요. 아주 어린 시절에 본 책이나 만화에도 항상 사랑이 녹아있었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는 듯 인생을 말할 땐 사랑을 필수로 담아냅니다.
꼬꼬마 시절, 동화 속에서 배운 사랑은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친구를 위한 배려, 자녀를 위한 헌신, 어려운 이들을 위한 도움 같은 것들을 사랑이라고 배웠죠. 이후 연애를 시작하면서 드라마에서나 봤던 사랑의 복잡한 감정들을 경험했습니다. 설렘과 행복을 느끼기도 했다가, 질투와 불안으로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이별의 쓴맛도 절절히 겪었습니다. 그때의 사랑은 연애였습니다. 누군가를 사귀고,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사랑이었습니다.
성인이 된 직후에는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사랑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연애를 하고 있지만 사랑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죠. 사랑이 우정과 무엇이 다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동시에 꼭 한 사람과 연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었습니다. 사랑이 뭔지, 어떻게 하는 건지. 분명 정답을 아는 것 같은데도 명료해지지 않아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머리로 이해한 사랑이 가슴으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고민은 참도 부질없는 것이었습니다. 머리로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남들의 사랑을 듣는다고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사랑을 주는 사람을 만나고 나서야 사랑이 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정리가 되지 않았던 머릿속에 느낌표가 생겨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사랑은 ~더라!'라는 문장을 서른 개쯤 나열하고 싶지만 이 글에서 쓰진 않으려 합니다. 오만한 글이 될까 걱정이 돼서요.
연애가 사랑이던 시절을 지나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과 오래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법, 누군가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용서받는 법. 또, 그 순간이 아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소중한 감정들까지. 뒤늦게 남는 후회까지도 필히 겪고 넘어가야만 했던 경험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 비련의 주인공도 되어봤다가, 칭얼대는 애가 되기도 하고, 낯설 만큼 매정해질 때도 있죠. 연애만큼 자신을 선명하게 비추는 경험도 없다고 느껴집니다.
몰랐던 자신을 알게 되는 것만큼 평생을 남으로 살아왔던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도 신기합니다. 애정을 나누며 우리는 무엇을 얻는 걸까요. '내 편'이 생긴다는 든든한 안정감, 웃음이 새어 나오는 기억들, 말하지 않아도 생각이 통하는 짜릿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랑만큼 효율 좋은 에너지원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일 앞에서는 시간도, 피로도 잘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자기 일과 주변 사람을 사랑하는 게 가장 지혜로운 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유치하거나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취향들을 억지로 멀리하려 노력했었죠. 그러나 치워도 다시 쌓여버리는 눈처럼 다시 일상의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말더라고요. 사랑한 모든 것들이 자신을 차곡 채웁니다. 당신을 사랑한 누군가도 평생을 그렇게 살아가겠죠. 제가 사랑한 햇살도 저를 평생 품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A 난 완전하지 않아요.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는 망가진 여자일 뿐이죠. 완벽하지 않다고요.
B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을 찾을 수가 없어요. 안 보여요.
A 보일 거예요. 곧 거슬리게 될 테고 난 지루하고 답답해하겠죠. 나랑 있으면 그렇게 돼요.
B 괜찮아요
- 이터널 선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