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를 기다리며

시작

by 무심한 째까니

‘톡’ 방범창에 부딪치는 소리가 물방울을 튕긴다. 벌떡 일어나 더위로 열어 둔 집안 곳곳의 창문을 닫는다. 이내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다. 뒤척이는 아이에게 선풍기를 틀어주고 잠이 들었다. 알람 소리에 깨어 창밖을 보니 여전히 어둡다. 태양이 지구를 버린 지 1주일. 이제 한반도의 장마를 우기로 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거실에 불을 켜고 창으로 빗줄기가 보이지 않아 손을 내민다. 빗방울이 손바닥에 닿지 않는다. 우산을 쓴 사람들이 간간이 보인다. 또 비가 내린다.

비를 좋아한다. 우산 위로 톡톡 떨어지는 빗소리, 연둣빛 풀잎에 매달려 떨어지는 빗방울, 창을 타고 흐르는 빗물도. 하지만 장맛비는 아니다. 쉴 틈 없이 내리거나 내릴 듯 말 듯 며칠째 찌뿌둥한 날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욕조와 변기 주변에 곰팡이까지 불러낸다. 보이는 족족 닦고 선풍기로 말리고 제습기로 빨아들이지만 전원이 꺼지자마자 무기력하게 습기를 받아들이는 화장실에 화가 난다.

화장실에 스멀스멀 올라온 곰팡이를 박박 문지르다 갑자기 허전했다. 어둑한 한낮, 땀으로 착 달라붙은 고무장갑을 끼고 락스 냄새로 가득한 화장실에서 문득 떠올랐다. 너무 고요하다는 걸. 여름 손님이 아직 오지 않았다. 뜨겁게 내리쬐는 날이면 여기저기서 울어 대던 녀석들로 귀가 아픈데 조용하다. 창문을 열고 흩날리는 비에 파르르 떠는 나무를 내려다본다. 그 사이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을 매미들을 가늠해 보다 문을 닫았다.

장마가 잠시 멈추자 드디어 녀석들이 나타났다. 들려오는 매미 소리에 몸이 가벼워진다. 텅 빈 뱃속을 소리로 채운 수컷은 도시의 소음을 모조리 삼키고 싶은 듯 맹렬히 울부짖었다. 구애의 소리를 들으며 신중하게 짝을 고르는 암컷처럼 창을 통해 들어오는 여름을 감상했다.


그들의 7년 만의 외출이 일상이던 어느 날, 아파트로 소방차가 들어온다. 소방차에서 내린 소방관은 양손에 배드민턴 채를 들고 있다. 물 호스를 빼는 소방관 옆에 관리실 직원들까지 나와 아파트를 올려다본다. 나도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았다. 불이 난 것 같지 않았다. 때마침 방송에서 말벌을 없애러 소방서에서 나왔다며 창문을 다 닫으라고 안내한다. 이내 굵은 물줄기가 아파트 외벽을 따라 흐른다. 그리고 키 작은 나무 사이를 지나 잎이 무성한 벚나무 가지 사이로 물을 쏘기 시작했다. 심하게 흔들리는 나무를 보다가 거기에 바짝 붙어 있을 매미가 생각났다.

닫힌 창 너머로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잠깐의 소란이 사라지고 창문을 열었다.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소음 속에 낯익은 울음이 들려온다. 단 한 번 주어진 보름간의 외출, 그들이 들려주는 강렬한 삶의 울림이 여름을 가득 채운다.


오동나무 밑을 지나가는데 아이 하나가 다가온다

동그랗게 말아 쥔 아이의 손아귀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얘야 그 손

풀어

매미 놓아주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 평생 우는 손으로 살아야 한단다

유홍준 <우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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