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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단걸 Dec 22. 2020

강아지도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당신의 강아지가 아프다면, 노견이라면 더욱더.



나의 강아지들은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다. 1년 반 전 나의 반려견 복길이가 떠났다. 복길이는 겨우 3일을 입원했고,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는 판단하에 퇴원한 그날 저녁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16살로 노견이었고, 그녀의 건강에 무척 주의를 기울였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모든 이상행동들이 인지장애로 인한 것이라 생각했던 나는 그녀를 병원에 너무 늦게 데리고 갔다. 또다시 이런 일을 겪을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 나의 반려견인 봄이와 꽃님이는 모두 심장병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세심하게 그녀들의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봄이도 이제 12살? 13살이 된 노견이고 꽃님이는 심장병이 있다는 이유로 파양을 경험한 일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의 반려견들은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한다. 


건강검진이라고 해서 무언가 거창한 것은 아니다. 우선 몸무게와 피부 상태, 치아상태, 눈 상태 등을 확인한다. 아무래도 봄이는 노견이라 점점 백탁 현상이 진해져 가고 꽃님이는 각막 지질 이영양증이 있기 때문에 해당 사항도 확인해야 한다. 거기에 더해 엑스레이, 초음파 검사를 통해 아이들의 뼈와 심장을 검사한다. 두 녀석 모두 심장병이 있다. 봄이는 어린 시절에 폐에 문제가 있었던 지, 한쪽 폐가 없고 그 자리에 심장이 비대하게 자리 잡고 있다. 꽃님이도 심장 판막에 문제가 있어 심장 초음파를 하면 심장 뛰는 소리가 이상하게 들린다. 그렇지만 둘 다 약을 먹어야 할 정도는 아니다. 그저 주기적으로 검사를 요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피검사와 소변검사를 한다. 신장 수치 및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수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검사에서 봄이는 신장 수치가 좀 좋지 않아서 추가 검사까지 진행했다. 올여름 두 녀석의 건강검진 비용으로 44만 원가량을 결제했다. 그 금액으로 두 녀석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고 더 큰 일을 막을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감당할 수 있다. 


몇 년 전이었다. 복길이는 귀가 들리지 않아 내가 퇴근하고 오더라도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봄이는 내가 퇴근하고 오면 현관까지 뛰어나와 반갑게 짖으며 나를 반겼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봄이는 현관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상했다. 밥도 먹지 않았다. 나는 봄이를 안고 병원으로 뛰어갔다. 봄이는 입양한 후부터 생리를 하지 않았는데, 내가 만난 의사들은 원래 그런 강아지가 있을 수 있다고도 했고, 이미 중성화 수술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했기에 나는 봄이가 중성화가 되어있으리라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그날 밤, 봄이는 급히 중성화 수술을 받아야 했다. 봄이가 이상하게 나를 반기지 않았던 것, 밥을 먹지 않았던 것, 기운이 없었던 것 모두 자궁 축농증 때문이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목숨을 잃을 뻔했었다. 원장님도 강아지의 이상행동을 감지하고 바로 병원을 데리고 와서 다행이라 했다. 아무래도 그전에 봄의 몸 곳곳에 생긴 검붉은 점을 발견하고 빨리 병원으로 달려간 덕에 혈소판 감소증을 빨리 진단을 받았고, 다행히 약물치료로 나아져서 지금까지 재발하지 않고 있다. 그때 이후 나는 아이들이 좀 이상한 경우에 되도록 빨리 병원으로 간다. 


지난여름 꽃님이가 산책 후, 뒷다리를 바닥에 디디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바로 꽃님이를 안고 병원으로 갔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원장님을 만나 꽃님이의 상태를 설명하고 조심스레 꽃님이를 바닥에 내려놨는데, 맙소사 이년이 평소처럼 잘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닌가! 왕복 한 시간 거리를 운전하고, 진료를 보기 위해 병원에서 한 시간을 대기했는데, 꽃님이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어찌나 잘 걸어 다니던지. 왜인지 나는 거짓말쟁이가 된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꽃님이를 위해 두 시간을 쓴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있더라도 나는 기꺼이 꽃님이를 안고 병원으로 갈 것이다. 나의 강아지들이 이 세상에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나뿐이니까. 


강아지들은 아파도 말하지 못한다. 나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상 징후를 쉽사리 알아차릴 수 없는 심장병을 가진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나는 거의 매달 동물병원에 간다. 갈 때마다 아이들의 기본적인 상태를 확인한다. 물론 평소에도 아이들이 이상행동을 하는지 지켜본다. 나의 반려견들이 아픈 아이들이라는 것이 나를 아프게 한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내가 아이들이 가진 병을 알고 있고, 관리만 제대로 한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담당 수의사의 의견이다. 그래서 나는 적극 추천한다. 노견이라면 매년, 어린 강아지라면 적어도 2, 3년에 한 번 정도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을 것이다. 나의 반려견들이 나와 오랫동안, 건강하게 함께 지내기 위해서 말이다. 정말로 강아지들도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동물병원 가는 줄도 모르고 신난 꽃님과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봄


동물병원 다녀오는 길. 속았다는 배신감에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잠자는 아이들.


건강하자꾸나, 나의 강아지들. 1열로 앉아서 간식요구해도 적정량만 줄테다!


'정신이 드십니까 휴먼?' 피곤해서 바닥에 누워있는 나를 걱정스레 내려다 보는 꽃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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