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지 대박포차

Food Essay

by 미암미암

오전부터 예고했던 비가 해가 지도록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다. 술 한 잔 생각나는 이런 날에는 막걸리와 부침개가 떠오른다. 한 잔의 술이 궁했던 것인지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삼각지역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대박포차라는 곳으로 막걸리와 어울리는 맛있는 안주가 있는 곳이다. 근래에는 남다른 부추전이 SNS을 통해서 젊은 층에게도 알려지고 있는 곳인 것 같다. 지하철역 인근에 번화한 대구탕 거리를 지나자, 점차 사람이 뜸해지더니 이내 가게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대박포차라는 글자가 연한 파스텔 톤의 빨강의 궁서체로 써져 있는 가게가 보인다. 다소 연식이 있어 보이는 외관이다. 글자 옆에는 맷돌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무슨 의미가 담겨있는지 주인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는 걸 또 깜박하였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주방이 바로 마주하고 있고 안쪽으로 홀과 방이 보인다. 방은 좌식은 아니고, 테이블 식으로 되어 있다. 자리에 앉아 부추전과 막걸리를 주문해 보았다. 아직 한잔 걸치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던지, 사람은 2팀 정도 밖에 없었는데 실내 분위기와 상반되게 젊은 사람들이 이미 한잔씩 하고 있었다.


바삭바삭한 부추전




기다렸던 부추전이 나온다. 시그니처 메뉴라고 할 수 있는 부추전은 겉으로 보기엔 부추 밖에 없어 보인다. 초록으로만 100%에 가까운 이 모습은, 밀가루는 전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의 양으로 사용한 것 같다. 가격도 착한데, 부추의 양도 푸짐하다. 촉촉하면서 살짝 바삭하다. 고추가 들어있음에도, 맵다는 느낌은 강하지 않다. 기억을 다시금 떠올려 봐도 침이 넘어간다.



식사와 반주를 겸하려 했던 터라, 계란말이도 주문해본다. 이내 한 접시 가득한 계란말이가 나오는데, 과연 몇 개의 계란이 들어갔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겹겹이 둘러진 계란의 층은 적어도 7~8층은 되어 보인다. 부드럽고 따스한 맛으로, 속을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차가운 막걸리를 마시다 보니 따뜻한 국물이 필요하던 찰나에 서비스로 뚝배기에 끓여낸 순두부찌개도 한 그릇 나온다. 잘 풀어진 계란과 하얀 순두부가 한 가득이다. 국물은 매콤하니 시원하다. 어느새 막걸리는 한 병이 부족해서 두 병째를 비우고 있다.

크레페가 연상되는 도톰한 계란말이




지난번 방문 때에도 안주들이 맛있어서 주문을 많이 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는데, 이번에도 참지 못하고 라면을 추가로 주문해버렸다. 그만큼 이곳은 주인 아주머니의 내공이 느껴지는 곳으로 술은 둘째 치더라도 안주의 맛이 꽤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켰던 안주마다 실패한 경험이 없는 곳으로,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모듬전이나 호박전을 빨리 즐겨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올 때 즈음엔, 다소 한적했던 가게가 만석이 되어 호탕한 웃음들과 시끌벅적함으로 가득해졌다. 비는 아까보다 다소 옅어졌고, 만족스러운 경험과 웃음을 가지고 가게를 나서게 되었다.




Written by 애플주스





#용산에서밥한끼

대박포차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길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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