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Girl Syndrome

성인 ADHD 극복기 (10)

by 란지

나는 외향적이고 쾌활하고 명랑하고 밝고 긍정적이다.

겉으로 보기엔 그렇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 반대의 성격이 된다.


우울하고 슬프고 부정적이고 신경질적이며 어두운 사람이다.


이러한 간극을 나는 항상 못 참았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사람을 계속 만나려고 밖으로 돌았고, 움직였다. 그러다 번아웃이 왔다. 체력적으로 한계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계속 밖을 나갔다. 하다 못해 편의점이라도 매 번 들러 돈을 썼다. 도파민을 계속 채웠다. 약을 먹지 않은 날은 더욱 심했다. 쇼핑몰에라도 가서 옷을 입어보고 벗기를 반복하며 움직였다. 집에 오면 공허함에 슬퍼지고 우울해졌다. 일상을 계속 그렇게 반복했다.


그러다 느끼기 시작했다. 이렇게 살 바에는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잠에 들면 내일 눈을 뜨지 못했으면 좋겠다. 우울했고 죽고 싶었다.


이러한 우울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돌아오는 것은 후회와 자책, 슬픔이었다. 그래서 나는 근본적으로 나를 치유하고자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나에 대해서. 그리고 나의 병에 대해서.


ADHD는 앞서 말했듯이 혼자 오는 병이 아니다. 조울증과 강박증, 불안장애와 함께 오는 병이다. 그래서 성인 ADHD는 확진 전까지 우울증 치료, 불안증 치료를 우선하는 경우도 있고, 오진받는 경우도 많다. 나 또한 그랬다. 양극성 정동장애를 진단받고 불면증 치료를 우선했었다. 그럼에도 호전이 안 되는 부분이 발견되어 ADHD를 확진받는 수순을 밟았다. 콘서타, 메디키넷, 아토목세틴을 처방받기까지 1년이 걸렸다.


병원을 다닌 초반에는 항우울증과 항경련제 등을 먹었다. 감정 기복이 차츰 일정 궤도에 도달했을 때 다른 증상들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하루의 바이오 리듬이 늦게 시작되어 늦게 끝나는 것. 그래서 지각이 많은 것. 돌발 행동이나 과잉 행동으로 인해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 것. 그래서 점점 소극적이고 소심해지는 것. 나의 병적인 우울감은 한 달을 주기로 찾아왔고, 우울감에 휩쓸려 일상을 살아가지 못한 것 등의 증상들이었다.


나의 이러한 증상들은 어릴 때부터 있어왔던 것들이고, 타고난 기질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닐 수도 있을 거라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공부하면 할수록 더욱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나를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것들을 병원 가서 말씀드렸고 그 후로 콘서타를 처방받았다.


사실 약은 만능이 아니다. 하지만 나를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그래서 나는 나로 온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전과 같이 톡톡 튀는 창의성이나 돌발 사고는 잘 작동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약 덕분에 조용하고 평온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속이 시끄럽지 않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에서 해방되었다.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즐거운 변화였다.


사람들을 만나는데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계속해서 도파민을 갈구하지 않게 되었고, 휴일을 휴일답게 즐기게 되었다. 밖을 나돌아 다니지 않아도 마음의 평안이 찾아왔고, 돈을 쓰지 않아도 기분이 나아지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가만히 있어도 불안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보통 예민함과 우울함은 타고나는 기질이라고 알고 있다. 나는 계속 발버둥을 쳤고, 병원을 방문해 병적인 것들을 잠재우려 애썼다. 내가 갖고 태어난 것이라면 살아가는 한 나와 함께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무려 33년이 걸렸다. 30대가 되어서야 '나'를 알게 되었다. 늦었다고 생각했고, 그동안의 세월이 너무 억울하고 슬펐지만 거기서 안주하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다. 나아질 거다 믿는다. 앞으로의 내 인생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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