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Girl Syndrome

성인 ADHD 극복기 (9)

by 란지

8번의 상담이 끝났다.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전 국민 마음 투자 사업의 취지에 맞는 상담이었는데 아쉬웠다. 그래도 대상자 선정일 이후 120일이 지나면 다시 한번 신청이 가능하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 상담은 주로 나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는데 상담사 선생님은 경청해 주시는 반면 나에 대한 걱정을 끊임없이 해주신 분이라서 8번의 상담동안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선생님 덕분에 긍정적인 사고와 행동 회로를 갖추는 데에 힘을 쓸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상담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은 끝없다. 사실 나조차도 첫 번째 상담을 가기 전까지 내게 정말 필요로 한 것인가 계속 의심했고, 상담의 날이 왔을 때는 무를 수 없으니 그냥 가볍게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상담 후 깨달았다. 상담은 필요할 수도 있겠구나! 나 같은 사람들에게!


첫 번째와 두 번째 상담은 정말이지... 울음바다였다. 나의 증상에 대해 설명을 하다가도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울컥하였고, 그 결과 엉엉 울다가 눈이 팅팅 부어 상담을 마무리 짓기도 했다. 선생님은 다그치거나 나를 닦달하지 않으셨고, 울면 우는가 보다, 웃으면 웃긴가 보다 하면서 들어주셨다. 점차 나아지는 나의 상태를 나도 느낄 수 있었고, 상담의 날이 다가오면 기대감과 설렘에 두근거리는 날도 있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야지, 오늘은 뭘 말하지? 하며 상담 준비를 하는 마음가짐도 점점 달라지고 있었다.


사실 전문가이기에 선생님은 친구와 부모님과 다르다. 나를 온전히 이해하시고, 받아들이신다. 그리고 가끔은 꼬집으신다. 감정 상태에 대해 정의를 내려주시기도 하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리고 내려진 처방도 나에게 알맞았다. 바로 감정일기와 감사일기였다. 하루의 일과만 정리하는 일기가 아니라 감정을 갈무리하고 그 원인과 결과를 써 내려감으로써 나를 돌보는 일이었다. 감사일기는 내가 느끼지 못하던 사소한 것들에 감사하게 되니 하루하루가 풍부해지는 수준이었다. 정말 감사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첫 단계이다. 그리고 쓰다 보면 어느새 나는 줄줄 쓰고 있었고, 글은 문단을 넘어 몇 페이지를 장식했다. 집에 와서 먹고 눕기 바쁘던 나는 어느새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좋은 변화였다. 몇 분이 몇 시간이 되고 나는 글을 쓰고 있다. 그 속에서 나는 나를 찾고 있다.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나의 우울함이 반이 되었다. 나중에는 아예 없어질 수준이겠지.


감사일기의 시작은 아침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모닝 블루를 느낀다고 한다. 잠에서 깬 순간부터 스트레스 지수는 최고조를 찍고 내려온다. 아침이 힘든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침에 주로 감사한 일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오늘도 건강히 눈뜨게 된 것에 감사. 제시간에 일어나 직장에 갈 준비를 하게 된 것에 감사. 무사히, 사고 없이 안전하게 출근한 것에 대한 감사. 정말 사소하지 않은가? 뭐 이런 것에도 감사를 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뭐라도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감사의 대상이 꼭 필요한가? 싶을 때도 있다. 누구한테 감사해야 해? 하고 종종 의문이 들기도 하다. 그럴 때는 종교를 찾으세요. 무신론자라면 그냥 나에게 감사하도록 하자. 나는 오늘도 나에게 고맙다. 살아있어 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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