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Girl Syndrome

성인 ADHD 극복기 (8)

by 란지

정신적 힘듦과 육체적 피로는 비교될 수 있는가 항상 고민한다. 둘 다 겪어보니 비교할 수가 없는 듯하면서도 비교 가능한 부분이 있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우선, 내가 직전까지 다니던 작은 회사는 정신적 고통이 매우 컸다. 그 덕에 내 우울증은 심해졌고,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되는 수순을 밟았다.

주변에서는 내가 도망친 것으로 알고 나를 손가락질했다. 특히, 부모님이 심했다. 그것마저 못 버티고 나오냐며 항상 쓴소리를 하셨는데, 사람은 자고로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지라 나는 항상 부모님께 소리 지르며 반박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도망친 것이 맞다.


나의 상사는 가스라이팅 천재였다. 계속 나를 몰아세우고 내가 실수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아직도 기억나는 날이 있는데, 내가 실수해서 거래하는 공장에 생산지시가 잘못 전달된 적이 있었다. 상사는 먼저 퇴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로 야근하고 있던 나를 몰아세웠다. 얼마나 다그치고 화를 내는지... 나는 결국 통화를 하다가 울어버렸다. 물론, 내가 실무자로서 실수하긴 했다. 치명적이면 치명적일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다행히 납품하는 회사에서는 큰 이슈없이 넘어갔다. 결론적으로는 나의 실수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셈.


그만둔다고 이야기할 때는 자영업을 하시는 어머니를 돕겠다고 둘러대며 퇴사를 알렸다. 그때도 가스라이팅은 여전했다. 나이가 많아서 다른 데 가겠냐부터 경력도, 실력도 모자란데 이만한 일이 어디 있냐, 잘 생각해 봐라 여자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등등…


일을 그만두겠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심박수가 매우 치솟았다. 나의 불안 증세가 또 돋았다. 말하기 전까지 매우 심장이 뛰었고, 말을 마치고 나서도 떨리는 손을 가만두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ADHD 환자의 입장에서 쓰자면, 나는 직장에서 내 실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했다. 바로 환경적인 것이 불안했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온전한 나를 보여주지 못했고, 이것 또한 사회생활이라며 우울함을 삼켰다. 내가 실수하기만을 벼르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전전긍긍하며 일을 했다. 나는 점점 소심해져 갔고, 나의 병을 키웠다.


나를 믿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의 직장생활은 지옥이었다. 이렇게나 힘들다고? 첫 직장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다. 그래서 우울했다. 연봉은 올랐으나 나의 능력치는 떨어진 그 기분. 매우 불쾌하고 짜증이 났다.


그만두고 나서도 그 기분은 나를 계속 따라다녔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떠났다. 좀 길게 2주 정도 나는 현실에서 도피했고, 매우 당연한 수순으로 경제적인 허덕임에 다시 발목 잡힌 채 한국에 돌아왔다.


생각해 보면 2주 동안의 여행은 나에게 행복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처음 보는 음식을 먹고, 풍경과 자연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알차게 채웠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와 기절하기 바빴다. 육체적 힘듦을 겪었다. 하지만 즐겁고 행복했다.


비교 가능한가? 둘은 너무 다르지 않는가? 비교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정신적 힘듦은 나를 갉아먹는다. 내가 나로 온전하지 못하다. 죽고 싶다는 생각의 연속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직장이 힘들고 괴로워 삶을 끝내려고 하는구나 싶은 생각의 굴레였다. 그리고 나는 조금의 용기를 내어 그곳에서 벗어났다. 물론 그 과정은 고되었다. 나를 붙잡는 상사와 얼굴 붉히며 퇴사 이야기를 계속했었다.


하지만 육체적 힘듦은 나를 치유한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는가 '몸이 힘들어야 쓸데없는 생각을 안 한다.'는. 그런 시간을 나에게도 주었더니 나를 나로 온전하게 만들었다. 물론, 여행이라는 것이 다 그렇지만 치유의 시간이 분명함에 틀림이 없다. 맛탱이가 간 금전 감각과 함께 나에게 미운 소리 안 하는 사람만 가득한 환경.


외향적인 건 때때로 좋은 것 같기도 하다. 밖을 나가서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 나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 나 자신을 믿는 것. 내가 나로 온전할 수 있도록 나의 환경을 바꿔주는 것.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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