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극복기 (2)
나는 산을 좋아한다. 때는 2023년 설, 혼자 제주도행 첫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자마자 한라산에 올랐다. 솔직히 무섭긴 했는데 그게 설렘의 떨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첫 직장은 다 그런 건지, 너무 힘들어서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서 선택한 제주도행이었다. 그런데 산을 오르다 보니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고, 맨 마지막 대피소까지 오르니 오기가 생겨서 그 눈보라를 뚫고 정상을 찍었다. 정상에 도착해 보니 눈 때문에 백록담은 보이지도 않았고, 하산하라는 비상 방송 소리는 정말이지 혼돈 그 자체였다. 아니 사진 찍을 시간은 줘야지... 하며 줄을 서서 겨우 사진을 찍고 바로 하산했다. 오르는 내내 숨이 차고, 아무런 잡생각은 안나며, 그 차가운 공기와 가빠진 숨만 느껴졌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내가 지극히도 정상인 것처럼 느껴졌다. 나를 괴롭히던 현실, 고민, 상념에서 벗어나서 오로지 앞만 보고 올랐던 기억인데 그게 왜 그리도 달콤했는지. 한라산을 다녀온 뒤로 나는 한라산 등반을 또 하고 싶어서 항상 제주행을 고대한다.
나는 내 인생을 산행에 비유한다. 특히, 겨울 산행. 산에 오를수록 점점 고갈되는 산소와 나의 가빠진 숨소리, 들리는 바람소리, 내리쬐는 햇빛 등등. 산은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사실 오르는 내내 몸은 아프다고 소리친다. 무릎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손과 발은 시리고 코와 귀는 얼어서 떨어질 것 같다. 그럼에도 계속 오르고 있는 나. "올라가야지, 뭐 어떻게 해." 하며 계속 오른다. 내 인생이 그렇다.
나의 충동은 정말 아무도 말릴 수 없다. P니까 그렇다는 이유를 대면서 살아왔었다. 그리고 나는 내 MBTI도 정말 좋아한다. ENTP, 추진력이 미친 충동적인 실행자. 덧붙이자면, 한라산행도 일주일 전에 비행기 표 끊고 한라산 등반 예약사이트를 계속 들락날락 거리며 시간을 정한 것이었다. 난 ADHD girl 이니까 충동을 막을 수 없었다. 현실 도피가 가능한 시기였고, 기회였고, 나는 그걸 해냈지.
사실 충동에 대해 얘기하면 끝도 없다. 충동소비는 내 단짝 친구다. 아르바이트며 직장이며 돈을 벌기 시작한 성인이 되어서는 옷을 끝없이 사모았다. 어쩌다 코엑스를 가면 매장마다 들어가서 쇼핑백을 하나씩 팔에 걸고 나온다. 미친 거겠지. 코엑스에 가게가 몇 개나 되는데. 거기서 특히 옷이면 더 심하다. '티셔츠 한 벌만 사야지.'가 '오, 이 바지도 예쁜데? 이거랑 입어야지. 아, 양말도 사자. 오, 이 양말은 정말이지 귀여운 걸.' 하며 밑도 끝도 없이 코디네이터가 되고, 카드를 긁는 그 순간은 재벌 2세가 된다. 진짜 미친 건가?
쇼핑을 하고 집에 도착한 순간부터가 후회의 연속이다. 나를 자책하고 욕하고, 매번 나에게 실망한다. 계절이 바뀌어 옷장 정리를 하는 날이라도 오면 그날은 옷을 전부 기부하거나 버린다. 나는 환경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사람 같다고 우울해한다. 저기 녹아 흐르는 빙하를 봐라. 내가 한 충동소비는 나에게도, 지구에게도 정말 몹쓸 짓이다.
이러한 충동은 조절되기가 쉽지가 않다. ADHD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 그럴 것이다. 나 또한 그랬고, 약만으로는 다스리기 매우 어렵다. 그래서 인지행동치료도 같이 병행되면 매우 좋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인지행동치료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내가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을 공유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