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극복기 (3)
조용한 ADHD와 과잉행동형 ADHD 두 가지 모두 해당하는 나는 정말이지 고집 불통에 급발진을 하는 8톤 트럭이었다. 나의 내면에서는 항상 흥이 넘치고 신이 나는 자아와 우울하고 짜증 내는 자아,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받고 싶어 소리치고 싶은 자아가 하염없이 충돌하며 싸웠는데 그중의 승자는 과연 매 번 짜증 내는 자아였다. 나의 짜증은 정말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자주 발현되었고, 청소년기에는 매우 예민함의 대명사였다.
나의 희생양은 주로 '단짝'이라는 이름 하의 친구였다. 중학생 때는 2년 내내 같은 반이 되어 붙어 다닌 친구가 있었는데 우리는 등하교를 같이하고 어디든 붙어 다녔고, 심지어 방과 후 활동이나 학원도 함께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가서는 각자 다른 반이 되어 멀어졌다. 파국이었다. 다음 희생양은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이 된 다른 친구였다. '이번에는 절교당하지 말아야지.' 하는 나의 마음가짐이 통했던 걸까? 서른이 넘어선 어른이 되어서도 아직까지 잘 지내는 친구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의 추억을 꺼내 서로 열어보면 우리는 잘 맞는 친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자주 싸웠고, 주로 그 친구가 나를 참아 줬으며 나는 항상 불안해했다. 이번에도 친구가 없어져 버릴까 봐 매일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역시나 Fail… 친구는 나를 버거워했다.
나의 학창 시절은 0교시부터 야간자율학습까지 있던 시기라서 잠만 집에 가서 각자 잤지 친구들과 모든 것을 함께 했다고 해도 모자라다. 그래서였을까 친구들은 '과거의 나'를 하나같이 짜증이 많던 애, 목소리 크던 애, 말이 많던 애, 항상 감정기복이 심해서 맞추기 힘든 애로 묘사한다. 솔직히 다 맞는 말이다. 그 시절 엄마보다 나와 더 오래 함께 한 친구들인데 틀릴 리 없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항상 불안했다. 친구들이 나를 등질까 봐. 나를 밀어내고 혼자로 만들어 버릴까 봐. 나의 불안장애는 그때도 발동했고, 자기 비하는 끝없이 이어졌다. 왜 그랬을까. 왜 더 친절하지 못했을까. 왜 더 다정하지 못했을까 하며 항상 나 자신을 다그치고 자책했다.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잠자리에 든 적이 매우 많았다.
과잉행동형 ADHD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오는 행동 유형이라 언제든 방어, 대비가 되기 힘들다. 그래서 더 나를 다스리기 힘들었다. 하지만 강박적인 자기 비하와 인정욕구가 내 행동을 차츰 다스리기 쉽게 만들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말을 고르게 되었는데 물론, 그게 보통 사람 수준이면 좋았겠지만 그건 아니었고, 그나마 욕설과 독설을 줄이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이게 인지행동치료의 첫걸음인 것이다. 내가 인지하고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다. 이 당연한 프로세스가 ADHD girl에게는 정말이지 당연하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인지하기도 전에 말을 내뱉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의 주변에 뇌를 거치지 않고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ADHD일 확률이 크다. 그들에게 상처받지 말길 바란다. 그들은 본인 스스로를 상처 주고 있다.
내 기준에 인지행동치료는 사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누구든 시도하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약물 치료는 병행되어야 한다. 약을 먹지 않고 인지행동치료부터 한다? 어불성설이다. 약을 먹어야 인지하고 생각할 그 찰나의 시간이 생긴다. 약을 먹어야 나를 돌아볼 틈이 생긴다.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약물치료를 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질환은 질환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는 것처럼, 알러지 반응이 올라오면 알러지약을 먹는 것처럼 ADHD의 약물치료는 너무나도 당연하다!
나는 나에게 맞는 약을 찾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왜냐하면 나는 병원을 다니는 동안 의사 선생님이 3번이 바뀌었기 때문인데 이건 차차 이야기하기로 하자. 어찌 됐든 약은 정말 중요하다. 별표 백만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