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극복기 (6)
그래서 내 마음은 누가 알아주지?
물론, 나지.
나 밖에 없다고 느꼈는데
정말 나 밖에 없었다.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다 보니 알고리즘을 탔는지 우울증과 관련된 영상이 매우 많이 떴다. 그중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 앤 해서웨이가 친구에게 우울증을 털어놓고 위로받는 내용의 영상이었다. 앤 해서웨이가 극 중에서 친구에게 우울증을 고백하자 친구는 왜 그동안 말해주지 않았는가 되물으며 그의 하루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같이 있어준다.
사실 이런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건 정말 운이 좋은 경우다. 나 같은 경우는 우울증, 조울증은커녕 ADHD도 털어놓기 힘들었다. 2020년 경, 성인 ADHD를 진단받고 내가 제일 좋아하던 친구에게 말하니 친구는 전혀 공감을 해주지 못했고, 오히려 나에게 너무 부정적인 생각만 한다며, 우울한 감정이 들기 전에 다른 생각을 하고 움직이라고 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그런 생각에 친구가 매우 실망스럽고 원망스러웠다. 왜 이런 나를 온전히 못 받아들이지? 왜 나를 다그치지? 왜... 왜…. 하며 슬퍼졌고 그렇게 연락은 뜸해졌다. 하지만 그 친구의 잘못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나는 알고 있었다. 이해받고 싶은 나의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친구를 멀리하는 바보 같은 짓을 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우리는 한동안 서로의 일상을 살아가며 얕은 대화만 주고받았다. 속이 쓰렸다.
다른 사람에게 나를 온전히 이해받기란 단호하게 말하자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쉽게 말하자면 이기심에서 시작된 욕심이다. 나는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게 아닌가 돌이켜 봐야 했다. 성인 ADHD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매우 솔직함을 추구한다. 그래서 해야 할 말과 안 해도 될 말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내뱉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도 그런 경우로 치부하고 넘어가고는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치료를 하다 보니 구분이 되고 입단속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성인 ADHD를 진단받고 초반에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던 것 같다. 극도의 솔직함을 추구하는 병증이기도 했다. 이걸 말하지 않으면 이 사람들은 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지 하며 떠벌리기 좋아했다. 이게 나의 약점이 될 거란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솔직함이 무기가 되는 시절이 있었다. 물론, 나는 아직 그 시절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진실은 언젠가 통하게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거짓말을 하면 나 자신을 잃는다고 생각한다, 순진하게도. 하지만 머리가 커감에 따라 거짓말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나를 잃지 않는 거짓말은 무엇일까? 요즘 하는 고민이다.
그래서 걷기로 했다. 걷다 보면 생각이 정리가 된다. 불 꺼진 방에 누워서 이 세상은 왜 나를 이해하지 못하지! 원망하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다. 원망을 하더라도 걸으면서 하기로 했다. 거짓말이 필요한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온다. 하지만 적정 선이라는 게 있다. 그 선을 넘지 않는 한에서 나는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주워 담지 못할 말도 많이 내뱉어서 후회되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정말 말 그대로 다시 주워 담지 못한다. 그냥 잊어버리고 다른 좋은 거짓말거리를 생각해 낸다.
그리고 오늘도 거짓말을 했다.
"저 지극히 정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