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Girl Syndrome

성인 ADHD 극복기 (5)

by 란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 지원이 지자체마다 달라서 우리 지역은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검색해 본 결과 있었고, 나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았지. 그래서 지원은 못 받고 정신건강 문답지를 작성하였더니 우리 지역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다. 그래서 첫 상담을 받으러 갔고, 그렇게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을 했다. 내 진단코드가 들어간 처방전을 보여드렸고, 담당 선생님과 몇 주, 몇 시간에 걸쳐 상담을 진행했다.

보건소를 방문한 첫날에는 우울척도 검사지와 문답지를 통해 점수를 내고, 추천서와 진단서를 써주셔서 우리 지역 행정복지센터에 갔더니 바우처 카드를 발급할 자격을 주셨다. 이 사업의 이름은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이다. 이는 8번의 상담료 일부를 지원받는 사업이라 개인 부담금도 조금 발생한다. 하지만 매우 값어치가 있는 사업이어서 나는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또 신청하고 싶다.


인지 행동 치료의 일환으로 나의 주된 증상인 ADHD와 조울, 강박, 불안을 위해 상담 방향을 설정하였다. 첫날에는 나의 불안, 우울 척도 등을 검사하는 간단한 질문지 몇 가지에 답을 작성하고 본격적인 상담에 들어갔다. 선생님은 매우 차분히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셨고, 간혹 나의 말에 좀 더 심도 있는 질문을 던져 주셨다.


첫 번째 상담에서는 나의 우울한 감정이 왜 생겼는지, ADHD 증상으로 인해 일상의 불편함은 무엇인지 말하다가 울었다. 나는 어떤 말을 하다 울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상담을 하다 보니 그 분위기에 휩쓸려 내 우울함을 쏟아내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안락하고 조용하고 뭐든 포용되는 분위기란. 정말이지 앞으로도 경험할 수 있는 것일까 싶기도 하다. 경청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선생님의 자세와 그 공간이 주는 포근함이 나의 우울을 덜어내기에 최적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순간이다.


나는 현재 7번의 상담을 마쳤고, 다음 주에 마지막 상담을 앞두고 있다. 상담에서는 나의 하루 일과, 감정 상태, 그리고 주된 고민과 걱정을 앞다투어 두서없이 쏟아내기 바빴다. 선생님은 그때마다 응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고, 나도 점점 나의 감정 상태가 나아지고 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적자면, 불안장애와 강박증, 조증과 우울증은 모두 ADHD 때문에 나타난 증상들로, 나의 뇌가 정상적으로 일을 하고 있지 않구나 느끼는 순간들이 상담을 통해 많이 드러나고 느껴지기도 했다. 상담을 하면서도 우울을 점점 파고 들어가던 날도 있었고, 어느 날은 너무 들떠서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반복하기도 했다. 상담을 마치고 귀가해 누우면 '아, 이런 말을 할 걸, 그건 말하지 말 걸.' 하는 게 아니라 정말 후련하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 잠에 들기 쉬웠다.


물론, 상담이 정답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사람마다 상담을 통해 얻는 것이 다르다. 선생님께서도 나는 전형적이지 않은 내담자라고 했다. (ADHD를 겪는 사람들은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 널뛰기하듯이 말을 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하셨다.) 나는 감정에 매우 깊게 파고드는 편인데 내면의 어두운 이야기를 꺼내다 보면 자연스레 치유가 되는, 그런 긍정적인 면을 상담을 통해 발견한 것 같다. 지난 7번째 상담에서는 선생님이 이런 질문을 하셨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저는 심지가 굵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사람들은 휠지언정 부러지지는 말자고 하는데 그런 가느다란 삶을 살고 싶지 않아요. 물론, 유연함을 갖자는 말이겠지만 저는 좀 달라요. 저는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굵고 단단한, 그런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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