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월의 어느 날 머리는 지끈거리고 몸이 축 처지기 시작했다. 해를 넘기자마자 감기를 달고 온 딸이 걱정된 엄마는 강릉의 한의원에서 쌍화탕 한 제를 지어다 보냈다. 바쁜 업무 스케쥴과 불보듯 뻔한 2-3주 간의 야근을 앞두고 있었던 터라 하루 빨리 컨디션을 바로 잡아야 했다. 집에 있던 약 상자를 들여다보다, 잠깐.. 나 생리 언제했지?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로 향했다. 임신테스트기를 물기 없는 곳에 올려두고 아직 달아나지 않은 잠을 찬물로 떨쳐냈다. 임신일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감기약을 먹어야 하는데 혹시 모르니까 하는 마음이었다. 조금 맑아진 눈으로 임신테스트기를 확인했다. 희미한 두 줄이 보였다.
우리 부부는 24년에 아기를 갖자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임신에 대한 대단한 로망이 없었지만, 꼭 한 번 임밍아웃은 해보고 싶었다. 나 임신이래! 했을 때 놀라는 남편들의 반응들. 동건은 울까, 놀랄까, 웃을까, 벙 찔까 궁금했다. 두 줄인 임신테스트기를 욕실 거울에 붙여두는게 재밌을 것 같았다. 그러면 표정을 더 잘 확인할 수 있을테니까. 참 재미있을거야. 머릿속으로 동건의 놀라는 모습을 꽤 여러 번 상상했다.
하지만 희미한 두 줄을 보았던 그 순간 나는 화장실을 나서 동건을 나즈막히 불렀다. 이거 두 줄이야? 방금 일어난 그는 비영비영거리다 내가 건넨 임신테스트기를 받았다. 헉!
아기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