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로겐 우세를 꼭 치료해야!
담석증(Cholelithiasis)은 단순히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우리 몸속 거대한 화학 공장인 '간(Liver)'에서 벌어지는 정교한 균형 게임이 무너졌을 때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오늘은 담석이 만들어지는 근본적인 원리부터, 이를 막아주는 숨은 영웅 PC(포스파티딜콜린)의 역할, 그리고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이 간세포에 미치는 충격적인 두 가지 기전까지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담석이 생기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과포화(Supersaturation)'입니다. 쉽게 말해, 물(담즙)에 설탕(콜레스테롤)을 너무 많이 넣으면 다 녹지 못하고 바닥에 설탕 결정이 남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우리 몸의 담즙(Bile)이 액체 상태를 유지하며 굳지 않으려면, 다음 3가지 성분이 황금 비율을 이뤄야 합니다.
콜레스테롤 (Cholesterol): 담석의 주재료(용질). 물에 절대 녹지 않는 기름 덩어리입니다.
담즙산 (Bile Salts): 콜레스테롤을 녹이는 강력한 세제(Solvent) 역할입니다.
인지질 (Phosphatidylcholine, PC): 담즙산의 독성을 중화하고 용해를 돕는 보조자입니다.
위의 그래프(Admirand-Small 삼각 상평형도)를 보면, 세 성분이 완벽하게 녹아 있는 '안전지대(Micellar Zone, 초록색 영역)'는 매우 좁습니다. 콜레스테롤이 조금만 많아지거나, 이를 녹여줄 담즙산과 인지질이 조금만 부족해도 균형은 깨지고 콜레스테롤은 결정(Crystal)으로 변해 돌이 됩니다.
흔히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그걸 재료로 담즙산도 많이 만들 테니까 괜찮은 거 아냐?"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에는 '생산 능력의 한계'가 존재합니다.
여기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CYP7A1이라는 효소입니다.
원료: 간세포 내의 콜레스테롤
기계(효소): CYP7A1 (Cholesterol 7α-hydroxylase)
제품: 담즙산
이 CYP7A1은 전체 공정의 속도를 결정하는 제한속도 효소(Rate-limiting enzyme)입니다. 간에 콜레스테롤(원료)이 아무리 넘쳐나도, 이 기계의 성능이 떨어지거나(노화, 유전), 억제 신호를 받으면 담즙산 생산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결국 "원료(콜레스테롤)는 쏟아지는데, 이를 처리할 용매(담즙산)는 부족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처리되지 못한 콜레스테롤 찌꺼기가 뭉쳐 담석이 됩니다.
CYP7A1은 간세포 내의 콜레스테롤 항상성을 유지하는 '핵심 관문'이기 때문에, 우리 몸은 아주 정교하고 복잡한 신호 체계로 이 효소를 조절합니다.
크게 1) 음성 피드백(억제), 2) 양성 피드백(촉진), 그리고 3) 호르몬 조절(에스트로겐 등)로 나누어 상세히 정리해 드릴게요.
담즙산이 이미 충분히 만들어졌거나 장으로 배출되었을 때, 간에게 "생산 중단"을 명령하는 경로입니다.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입니다.
담즙산의 양을 감지하는 '센서'입니다. 담즙산 농도가 높아지면 FXR이 활성화되어 두 가지 경로로 CYP7A1을 꺼버립니다.
간 내부 경로: 담즙산이 간의 FXR을 자극 ➡ SHP (Small Heterodimer Partner)라는 단백질을 만듦 ➡ SHP가 CYP7A1 유전자의 스위치를 꺼버림.
장-간 순환 경로 (FGF19): 담즙산이 소장(회장) 끝부분에 도달 ➡ 소장 세포의 FXR 자극 ➡ FGF19 (호르몬) 분비 ➡ 혈액을 타고 간으로 이동 ➡ 간의 FGFR4 수용체와 결합 ➡ CYP7A1 억제.
핵심: 담즙산이 장에 잘 도착했다는 신호(FGF19)가 오면, 간은 "아, 잘 도착했구나. 더 만들 필요 없네" 하고 공장(CYP7A1)을 멈춥니다.
호르몬은 몸의 전반적인 상태(식사, 스트레스, 임신 등)에 따라 이 효소를 조절합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담석이 잘 생기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에스트로겐은 "이중 타격(Double Hit)"을 가합니다.
기전: 간세포의 에스트로겐 수용체(ERα)가 활성화되면, CYP7A1의 유전자 발현을 직접적으로 억제합니다.
결과: CYP7A1 감소: 콜레스테롤이 담즙산으로 분해되지 못함. 콜레스테롤 분비 증가: 에스트로겐은 동시에 간에서 담즙으로 콜레스테롤을 퍼내는 펌프(ABCG5/8)는 활성화시킵니다. ➡ 분해는 안 되고(담즙산 부족), 원료는 쏟아지는(콜레스테롤 과잉)" 최악의 상황을 만듭니다.
밥을 먹었을 때(소화가 필요할 때) 작용합니다.
작용: 식사 후 혈당과 인슐린이 오르면 CYP7A1의 활성을 높입니다.
이유: 들어온 음식(지방)을 소화하려면 담즙산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남는 에너지를 콜레스테롤 합성에 쓰면서 동시에 분해(담즙산 생성)도 늘려 균형을 맞추려 합니다.
작용: 대사를 촉진하는 갑상선 호르몬은 CYP7A1 발현을 증가시킵니다.
임상적 의미: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는 이 효소가 잘 작동하지 않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담석이 생길 위험도 높습니다.
작용: 밥을 굶거나 공복 상태가 되면 CYP7A1이 억제됩니다.
이유: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귀중한 자원인 콜레스테롤을 소모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원료가 너무 많으니 빨리 처리해!"라고 외치는 촉진(Feed-forward) 기전입니다.
상황: 간세포 내에 콜레스테롤(정확히는 산화된 콜레스테롤)이 너무 많이 쌓임.
작용: LXR이라는 센서가 켜짐 ➡ CYP7A1 유전자를 강력하게 활성화.
목적: 과도한 콜레스테롤을 담즙산으로 빨리 바꿔서 몸 밖으로 배출하려는 방어 기제입니다. (하지만 사람에게서는 쥐 실험만큼 이 효과가 강력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담석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인지질(이하 PC)과 담즙산의 구조적 차이입니다. 이 둘의 관계는 마치 '벽돌'과 '지렛대'의 싸움과 같습니다.
PC는 우리 몸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성분과 동일합니다. 마치 직사각형 벽돌(Cylinder shape)처럼 생겨서, 차곡차곡 쌓이면 튼튼한 벽(세포막)이 됩니다. 담즙 속에서 PC는 콜레스테롤을 감싸는 포장재 역할을 합니다.
담즙산은 기름때를 벗겨내는 세제입니다. 구조적으로 납작한 쐐기(Wedge) 모양을 하고 있어, 세포막 틈새에 끼어들어 지렛대처럼 막을 벌리고 부수어 버리는 성질(독성)이 있습니다.
담즙 속에 PC가 충분하면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PC가 담즙산의 날카로운 독성 부위(기름을 좋아하는 소수성 부위)를 감싸 안아버립니다. 마치 날카로운 칼(담즙산)에 칼집(PC)을 씌우는 것과 같습니다. 이를 '혼합 미셀(Mixed Micelle)'이라고 합니다.
PC가 부족하면? 칼집 없는 칼(자유 담즙산)들이 날뛰며 담낭과 담도의 세포벽을 찌르고 녹입니다. 이로 인해 염증이 생기고, 떨어진 세포 찌꺼기가 담석의 씨앗(핵)이 됩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담석이 잘 생기는 이유(4F: Female, Fertile 등)는 바로 에스트로겐 때문입니다. 에스트로겐은 상황에 따라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간을 괴롭힙니다.
일반적인 여성 호르몬 우세 상황이나 임신 중에 일어나는 기전입니다.
공급 폭탄 (SREBP-2 ↑): 에스트로겐이 간세포에게 "콜레스테롤을 더 만들어!"라고 명령합니다.
배출 폭탄 (ABCG5/G8 ↑): 동시에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을 담즙으로 퍼내는 펌프를 풀가동시킵니다.
결과: 담즙산 생성 효소(CYP7A1)가 조금 더 일한다고 해도, 쓰나미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콜레스테롤의 양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결국 비율이 깨지며(과포화) 담석이 생깁니다.
경구 피임약(EE2) 과다 복용이나 병적인 상황에서는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집니다. 에스트로겐이 간의 모든 출입구를 봉쇄해버립니다.
생산 중단 (CYP7A1 ↓): 담즙산을 만드는 공장 가동을 멈춥니다.
배출 중단 (BSEP ↓): 만들어진 담즙을 내보내는 펌프마저 꺼버립니다.
결과: 담즙이 흐르지 못하고 간 안에 고이면서(Stasis), 독성 물질이 간세포를 파괴합니다. (이때는 담석뿐만 아니라 황달, 간 수치 상승이 동반됩니다.)
우리 몸이 담석을 막아주는 방패인 PC(포스파티딜콜린)를 얻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식사 (CDP-choline 경로): 계란, 콩 등을 먹어서 섭취 (주요 경로)
간 자체 생산 (PEMT 경로): 간에서 다른 성분(PE)을 PC로 변환시켜 만드는 경로
PEMT는 간에서 PC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효소입니다. 비록 양은 식사로 얻는 것보다 적지만(약 30%), 간의 건강과 담즙 배출을 위해서는 이 PEMT가 만든 PC가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PEMT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는(Genomic induction) 역할을 합니다.
폐경 전: 에스트로겐이 풍부 ➡ PEMT 활성 높음 ➡ 간에서 PC를 잘 만듦 ➡ 담즙으로 PC 공급 원활 & 지방간 예방.
폐경 후: 에스트로겐 급감 ➡ PEMT 스위치가 꺼짐 ➡ 간의 PC 자가 생산 능력 상실.
즉, 폐경이 되면 여성은 간에서 'PC를 스스로 합성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PEMT 기능 저하는 단순히 PC가 줄어드는 것 이상의 연쇄 반응을 일으켜 담석과 담도 질환을 유발합니다.
앞서 배운 '삼각 상평형도'를 기억하시죠? PC는 담석을 막는 방패입니다.
PEMT가 작동을 안 하면, 식사로 섭취하는 콜린이 조금만 부족해도 간은 즉시 PC 부족 상태에 빠집니다.
담즙으로 내보낼 PC가 부족해지면, 담즙산의 독성을 막지 못하고 콜레스테롤을 녹이지 못해 담석이 생깁니다.
이것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PEMT가 만드는 PC는 간에 쌓인 지방(Triglyceride)을 밖으로 실어 나르는 수송차(VLDL)를 만드는 데 필수적입니다.
메커니즘: 폐경 ➡ PEMT 감소 ➡ PC 부족 ➡ 간의 지방을 밖으로 못 보냄 ➡ 지방간 발생.
결과: 지방간은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담낭의 운동 능력이 떨어지고, 담즙의 성분이 변하여 담석이 훨씬 잘 생기는 환경이 됩니다.
PEMT 과정은 호모시스테인 대사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균형이 깨지면 혈관과 간 건강에 해로운 호모시스테인 수치가 변동될 수 있으며, 이는 전반적인 대사 증후군을 악화시켜 담석 위험을 높이는 간접 요인이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담석이 단순히 콜레스테롤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간세포 내의 미묘한 균형(콜레스테롤 vs 담즙산 vs PC)이 깨졌을 때 발생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에스트로겐이 이 균형을 좌우하는 핵심 열쇠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나의 호르몬 상태(나이)에 따라 예방 전략도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젊은 여성에게 담석이 생기는 주원인은 에스트로겐이 간을 자극하여 콜레스테롤을 담즙으로 쏟아붓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위험 요인: 비만(지방세포에서 에스트로겐 생성), 경구 피임약, 임신, 환경 호르몬 등.
핵심 전략:[에스트로겐 우세 교정] 체중 관리: 과도한 체지방을 줄여 불필요한 에스트로겐 합성을 막아야 합니다. 장내 세균 제거: 장에서 배출된 에스트로겐이 다시 흡수되지 않도록 장내 세균의 농도를 줄여야 합니다. 메틸레이션 정상화: 에스트로겐 2상 해독의 중요한 대사가 메틸레이션입니다. 호모시스테인 레벨을 지표로 메틸레이션이 정상으로 돌아가는지를 확인합니다.
폐경이 되면 상황이 역전됩니다. 에스트로겐이 사라지면서 간에서 PC(인지질)를 스스로 합성하는 공장(PEMT 효소)의 스위치가 꺼집니다. 담석을 막아줄 '방패'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위험 요인: 에스트로겐 결핍으로 인한 PC 합성 저하, 지방간.
핵심 전략:[적극적인 콜린 & 레시틴 섭취] 간이 스스로 PC를 만들지 못하므로, 입으로 먹어서 채워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콜린(Choline) 급원 식품: 계란 노른자, 간, 생선 등을 매일 챙겨 드세요. 보충제 활용: 식사만으로 부족하다면 레시틴(Lecithin)이나 포스파티딜콜린 보충제를 섭취하는게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담즙 내 PC 농도를 높이고 담즙산의 독성을 중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높은 농도의 콜린 영양제는 장내 세균에 의해 유해한 물질로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음식으로 보충하는게 제일 좋습니다.
젊을 때: 호르몬 불균형을 잡고, 급격한 다이어트로 담즙 배출을 멈추지 마세요. 또 하나 더, 중요한 부분은 갑상선호르몬 말초전환장애와 에스트로겐 우세를 교정하세요.
나이 들면: 간의 자생력이 떨어집니다. 좋은 지방과 콜린을 챙겨 먹어 간을 도와주세요.
담석은 침묵의 병이지만, 그 원리는 명확합니다. 내 몸의 호르몬 변화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영양소를 채워주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예방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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