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저항성과 고혈당이 여성건강에 미치는 영향

여성 건강의 거대한 지형도에서 인슐린 저항성, 고혈당, 그리고 호르몬 균형 사이의 상호작용은 너무나 중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임상 현장에서 자주 간과되곤 합니다.


단언컨대, 호르몬 균형은 건강한 혈당 수치에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이 둘의 관계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양방향(Bidirectional)**입니다. 인슐린 자체가 우리 몸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호르몬'이기 때문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시작되면 갑상선, 코르티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그리고 테스토스테론을 포함한 내분비 시스템 전체가 도미노처럼 무너집니다.

오늘은 인슐린 저항성이 어떻게 여성의 건강을 무너뜨리는지, 그 구체적인 생화학적 기전과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검사법, 그리고 부신 피로와의 악순환까지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om4qptom4qptom4q.png



1. 인슐린 저항성과 생리 주기의 붕괴

높은 인슐린 수치는 생리 주기를 조절하는 뇌와 난소의 신호 체계를 직접적으로 교란합니다.

LH/FSH 비율의 역전: 인슐린은 뇌하수체에 작용하여 배란을 유도하는 **황체형성호르몬(LH)**의 분비를 과도하게 늘리고, 난포를 키우는 **난포자극호르몬(FSH)**은 감소시킵니다.

[생화학적 기전] 고인슐린혈증은 시상하부의 GnRH(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펄스 빈도를 증가시켜 LH 우세 환경을 만듭니다. 이는 난포의 정상적인 성숙을 방해하고 배란을 멈추게(Anovulation) 하여 생리 불순이나 무월경을 유발합니다.


2. [심층 분석] 인슐린과 테스토스테론: 다모증과 여드름의 진짜 원인

인슐린 저항성은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이는 흔히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으로 이어지는 호르몬 불균형의 핵심 원인입니다. 인슐린이 어떻게 난소를 자극하여 남성 호르몬을 뿜어내게 만드는지 4가지 경로로 설명해 드립니다.


① 효소 활성 증가 (17α-hydroxylase의 폭주)

높은 인슐린 수치는 난소 내부의 안드로겐 공장을 풀가동시킵니다. 인슐린은 난소의 협막세포(Theca Cell)에 있는 효소, 특히 **17α-hydroxylase (CYP17A1)**의 활성을 직접적으로 증가시킵니다. 이 효소는 프로게스테론 전구체를 안드로겐으로 변환시키는 핵심 효소입니다. 즉, 인슐린이 높으면 난소는 쉴 새 없이 남성 호르몬을 만들어냅니다.


② SHBG의 감소 (풀려난 야수, 자유 테스토스테론)

**성호르몬 결합 글로불린(SHBG)**은 혈액 속에서 테스토스테론을 싣고 다니는 '수송 트럭'이자, 호르몬이 제멋대로 날뛰지 못하게 묶어두는 '안전장치'입니다.

간(Liver)에서의 작용: 인슐린 수치가 높아지면 간에서 SHBG의 생산을 억제합니다.

결과: 테스토스테론을 묶어둘 SHBG가 부족해지면, 결합되지 않은 **'자유 테스토스테론(Free Testosterone)'**이 혈액 속에 넘쳐나게 됩니다. 이 '자유' 호르몬이야말로 세포에 침투하여 여드름, 다모증, 탈모를 일으키는 실질적인 주범입니다.


③ LH와의 위험한 시너지

앞서 언급했듯 인슐린 저항성은 LH 수치를 높입니다. 높은 LH는 그 자체로 난소의 테스토스테론 생산을 자극하는데, 여기에 인슐린까지 가세하면 난소는 이중으로 자극받아 안드로겐 생산을 극대화하게 됩니다.


④ 지방 조직과 만성 염증

내장 지방(Visceral fat)은 그 자체로 거대한 내분비 기관입니다. 지방 조직의 아로마타제(Aromatase) 효소는 안드로겐과 에스트로겐의 균형을 조절하는데, 인슐린 저항성 상태에서는 이 균형이 깨집니다. 또한, 인슐린 저항성과 동반되는 **만성 저강도 염증(Chronic low-grade inflammation)**은 내분비 기능을 더욱 교란하여 호르몬 불균형을 악화시킵니다.


3. [필독] 인슐린 저항성을 확인하는 8가지 핵심 검사

인슐린 저항성이 의심된다면 병력 청취, 증상 확인과 함께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혈액 검사가 필요합니다. 기능의학에서는 일반적인 기준보다 더 엄격한 수치를 목표로 합니다.

공복 혈당 검사 (Fasting Blood Glucose): 하룻밤 금식 후 측정합니다. 100-125 mg/dL는 전당뇨, 126 mg/dL 이상은 당뇨병으로 간주합니다. 기능의학적 목표: 85-95 mg/dL

공복 인슐린 검사 (Fasting Insulin): 혈당은 정상이더라도 인슐린 수치가 높다면 이미 췌장이 무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혈당만 재서는 이 초기 신호를 놓치기 쉽습니다. 기능의학적 목표: 5-6 uIU/mL

경구 포도당 부하 검사 (OGTT): 금식 후 설탕물을 마시고 시간별로 혈당 변화를 측정합니다. 신체 처리 능력을 보는 확실한 방법입니다.

당화혈색소 (HbA1c): 지난 2~3개월간의 평균 혈당치입니다. 장기적인 혈당 조절 상태를 보여줍니다.

인슐린 저항성 지수 (HOMA-IR / QUICKI): 공복 인슐린과 혈당 수치를 공식을 통해 계산한 값으로, 인슐린 감수성을 정밀하게 평가합니다.

C-펩타이드 (C-Peptide): 인슐린이 생성될 때 나오는 부산물입니다. 췌장이 인슐린을 얼마나 만들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지질 프로필 (Lipid Profile): 인슐린 저항성은 중성지방 고(High), HDL 저(Low), LDL 고(High) 패턴과 관련이 깊습니다.

중성지방/HDL 비율 (Triglyceride to HDL Ratio): 이 비율이 높을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심각하다는 뜻입니다. 3.5 이상이면 관리가 시급합니다.


4. 고혈당, 인슐린, 그리고 갑상선 (Low T3 증후군)

당뇨나 인슐린 저항성은 갑상선 기능의 거의 모든 영역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HPT 축의 교란: 만성 고혈당은 뇌하수체가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에 둔감해지게 만들어 갑상선 호르몬 합성을 줄입니다.

전환 장애 (Conversion Defect): 인슐린 저항성은 비활성 호르몬인 T4가 활성 호르몬인 T3로 바뀌는 과정을 방해합니다. [생화학적 기전] 인슐린 저항성과 동반된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간과 신장에서 **탈요오드화효소(Deiodinase)**의 활성을 억제합니다. 이로 인해 혈액 검사상 TSH가 정상이라도 실질적인 갑상선 기능 저하증(Low T3 Syndrome)을 겪게 됩니다.


5. 자궁 내막 건강과 에스트로겐 우세

높은 인슐린 수치는 자궁 내막(Endometrium)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이는 주로 '에스트로겐 우세(Estrogen Dominance)' 때문입니다.

SHBG 감소와 에스트로겐 덤프: 앞서 언급했듯 인슐린은 간에서 SHBG 생성을 억제합니다. 트럭(SHBG)이 줄어드니 결합되지 않은 자유 에스트로겐이 혈액 속에 넘쳐나게 되고, 이것이 유방 통증, 자궁근종, 생리 과다를 유발합니다.

암 위험 증가: 지방 세포의 아로마타제 활성 증가는 과도한 에스트로겐 생성을 유발하여 자궁내막 증식증과 자궁암, 유방암의 위험을 높입니다. 유방암 치료제인 타목시펜이 바로 이 경로와 관련이 있습니다.


6. 인슐린 저항성과 간 (NAFLD)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췌장은 보상적으로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합니다. 이 과잉 인슐린은 간에 지방을 축적시켜 **비알코올성 지방간(NAFLD)**을 유발합니다. 또한 간의 염증 수치(CRP)를 높여 전신적인 대사 증후군을 가속화합니다.


7. 고혈당과 부신 피로 (Adrenal Fatigue): 끝나지 않는 롤러코스터

인슐린 저항성과 고혈당은 '부신 피로' 및 코르티솔 조절 장애와 깊고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혈당과 코르티솔은 서로 꼬리를 물고 영향을 주는 **양방향 관계(Bidirectional relationship)**이기 때문에, 혈당 문제가 부신을 망가뜨리고, 망가진 부신이 다시 혈당을 망가뜨립니다.

부신을 쥐어짜는 고혈당: 우리 몸은 혈당이 널뛰기할 때마다 항상성을 맞추기 위해 부신에서 코르티솔을 분비하게 합니다. 만성적인 고혈당과 인슐린 저항성은 부신에 끊임없는 스트레스를 주어 호르몬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의 협공: 인슐린 저항성은 전신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이러한 생화학적 스트레스는 부신의 기능을 더욱 억제하고 코르티솔 조절 능력을 떨어뜨려,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무너뜨립니다.

악순환의 고리: 결국 인슐린 저항성, 고혈당, 부신 피로는 서로가 서로를 강화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혈당이 불안정할수록 부신은 더 지치고, 부신이 지칠수록 혈당 조절은 더 어려워집니다.


[부신 피로의 흔한 증상들]

아침이나 이른 오후의 극심한 피로감

브레인 포그 (머리가 멍함)

야간 수면 장애 (불면)

"Wired and Tired": 몸은 천근만근인데 정신은 각성되어 잠이 안 오는 상태

우울감 및 불안

만성적인 에너지 저하

설탕이나 탄수화물에 대한 강한 갈망 (Blood sugar cravings)


결론: 호르몬 건강의 핵심은 '인슐린'

만약 당신이 생리 불순,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 자궁근종, 갑상선 저하, 혹은 만성 피로를 겪고 있다면, 단순히 여성 호르몬제나 영양제를 찾기 전에 **'나의 인슐린과 혈당은 안녕한가?'**를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것은 단순히 당뇨를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 난소의 기능을 되살리고, 갑상선을 깨우며, 지친 부신을 회복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치료의 시작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성이 남성보다 담석증에 더 잘 걸리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