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계속되던 시기와 겹쳐, 몸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통증과 보행의 문제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허리 통증이라고 생각했다. 오래 앉아 있거나 무리하지 않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종류의 통증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걷는 시간이 점점 짧아졌다.
조금만 걸어도 허리가 묵직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다음에는 엉덩이와 골반 쪽으로 통증이 퍼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10분 이상 걷는 것이 어려워졌다. 상태가 좋지 않은 날에는 5분 정도만 걸어도 멈춰 서야 했다. 지나가겠지 싶어 억지로 걸으면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
집에 들어와 누워서 쉬면 나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걷기 시작하면 비슷한 통증이 반복되었다. 몸이 일정 거리 이상 이동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병원에서 검사를 하면서 척수 낭종이라는 말을 들었다. 영상에서는 낭종이 보였지만, 그것이 실제로 증상을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의사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어떤 의사는 낭종이 있어도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설명을 여러 곳에서 들었다. 하지만 나는 실제로 통증을 느끼고 있었고, 걷는 시간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도 동시에 존재했다.
제일 먼저 이동 방식이 달라졌다. 외출을 계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이동 거리였다.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 중간에 앉아서 쉴 곳이 있는지부터 확인하게 되었다.
신경외과에서 진통제와 신경통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지만, 일어나거나 걸을 때의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이 상태가 일 년이 넘으면서 나는 휴대용 휠체어를 구매하게 되었다.
사실, 통증이 워낙 심했기 때문에 휠체어 생각은 초기부터 했었다. 그러나 진단명의 부재는 내가 스스로에게 휠체어를 타도 되는지에 대한 심리적 방지턱을 높이 세워버렸다. 휠체어 외출을 처음 한 날, 아 진작에 살 걸 했던 생각이 난다. 나는 왜 스스로를 고문한 걸까.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다녔던 길들이 조금씩 멀어졌다.
몸은 여전히 같은 모양이었지만,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범위는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이 변화 역시 정확한 원인을 설명받지는 못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어느 시점부터 나는 걷는 시간을 기준으로 하루의 활동을 계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어떤 날은 10분을 걸을 수 있었고, 어떤 날은 5분도 어려웠다. 어떤 날은 컵 2개를 씻을 만큼 서 있기도 힘들었고, 어떤 날은 한 끼 설거지를 끝까지 다 할 수 있었다.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기준은 아직 없다. 그래서 나는 그 변화도 기록해 두기로 했다.
걷는 시간이 짧아질 때는 ‘얼마나 갈 수 있는지’보다 ‘어디서 멈출지’를 먼저 정한다. 외출 전에는 이동 거리와 중간에 앉아 쉴 수 있는 지점을 확인한다.
증상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더 버티지 않고 즉시 멈춘다. 5~10분 단위로 짧게 움직이고, 통증이 올라오면 바로 휴식으로 전환한다. 서서 하는 일을 줄이고, 가능한 작업은 앉아서 나눈다.
앉아 있는 시간도 제한을 둔다. 1시간 이상 지속하지 않고, 약 40분 정도에서 한 번 끊어 휴식을 취한다. 증상이 반복되는 날에는 활동량을 줄여 다음 날의 반동을 최소화한다.
필요할 때는 보조수단을 사용한다. 휠체어나 이동 보조를 ‘증명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