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자각한 것은 2023년 10월이었다.
열이 나면 으레 춥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몸은 달랐다. 이상하게 더웠다. 집안 온도를 낮추고, 물을 마시고, 이불을 걷어내도 열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체온을 재 보면 37도 안팎이 나왔다. 높다고 말하기에는 애매했고, 괜찮다고 넘기기에도 몸의 패턴은 분명 달라져 있었다.
처음에는 금방 지나갈 일이라고 생각했다. 감기처럼 며칠 앓고 끝나는 열일 수도 있고, 컨디션이 무너진 탓일 수도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열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떤 날은 조금 나은 것 같다가도 다시 올라왔고, 하루 중에도 오르내림이 있었다.
그때부터 10여 년 만에 다시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비슷했다. 류마티스내과와 감염내과를 포함해 몇 곳을 다녔고 필요한 검사를 했다. 그러나 검사를 해도 원인을 특정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증상을 가라앉히는 뚜렷한 치료도 없었다. 큰 병이 아니라는 말과 원인을 모르겠다는 말 사이에서 나는 계속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을 줄이려고 했다. 외출이 많은 일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재택으로 할 수 있는 화상 영어 강의를 시작했다. 집에서 진행하는 수업이라면 몸에 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업이 있는 날이면 저녁이 되면서 체온이 더 올라갔다. 어떤 날은 38.5도를 넘기기도 했다. 낮 동안 버티고 있던 몸이 저녁이 되면 한꺼번에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해열제를 종류별로 복용하며 관찰해 봤지만 효과는 없었다. 여름이 되자 귓가에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어야 체온이 38도 아래로 유지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2024년 6월, 하던 영어 강의도 전부 중단했다. 일을 계속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일상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어떤 이는 방법을 모른다고 했고, 한 의사는 이 정도 열로는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열은 숫자로만 남지 않았다. 몸 전체의 상태를 바꿨다. 머리는 무거워졌고, 움직임은 둔해졌으며, 하루 전체가 축축하게 젖은 것처럼 느껴졌다. 고열로 분류되지 않는 수치여도 열감은 분명 존재했고, 몸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반응했다.
정상 범위의 수치가 곧 정상적인 일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병원에서는 설명되지 않았지만, 내 생활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었다. 외출은 더 어려워졌고, 몸의 변화를 예측하기도 힘들어졌다. 원인이 없다는 말은 실제로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뜻이었고, 치료가 없다는 말은 결국 내가 그 상태를 견디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뜻에 가까웠다.
이 열의 원인은 아직도 알지 못한다. 다만 2023년 10월 이후 병원을 오래 다녀도 원인도 치료도 찾지 못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때부터 나는 병의 이름보다 먼저, 몸의 변화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유 없이 체온이 오를 때는 단순히 숫자만 보지 않고, 시간과 상황을 함께 기록한다.
열이 오른 시간, 그날의 활동량, 수면 상태를 같이 남기면 반복되는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실내 온도는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고, 통기성이 좋은 옷을 입는다.
침구류는 순면 소재를 사용하고 자주 세탁한다.
어지러움이나 두통이 심해질 때는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에어컨이나 냉찜질로 체온을 낮춘다.
불명열에는 해열제가 큰 효과가 없었다.
체온이 애매한 범위에 있을 때는 억지로 정상으로 돌리려 하기보다,
그 상태를 유지한 채 몸의 변화를 관찰하는 데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