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시선과 나의 기록 사이, 진료실 밖에서 확인한 진실
8월 23일, 토요일 오후였다. 신경외과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주차장이 만차라 남편은 주차 공간을 찾으러 갔고, 나는 휠체어 없이 혼자 병원 건물로 먼저 올라갔다. 좁은 진료실로 들어서자마자, 의사의 첫마디는 이랬다.
“잘 걸으시고…”
그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그는 내가 ‘잘 걷는 걸’ 본 게 아니라, 단지 ‘서 있는 걸’ 본 것뿐이었다. 나는 벌써 1년째, 진료 때마다 걷기 힘들다고 호소해 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정정했다.
“아니요, 5분 이상 못 걸어요. 지난번에도 택시에서 내려 병원 입구까지 걷는 동안 이미 통증이 왔고, 실제로는 5분도 못 걷는 거예요.”
내가 문제인 걸까. 내가 너무 멀쩡해 보였던 탓일까. 말을 또박또박하고, 의식이 흐리지 않고, 표정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래서 의사들은 내가 아프지 않다고 믿는 걸까. 진료실에 스스로 ‘걸어 들어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내가 호소해 온 통증과 제한은 단순한 불편 정도로 축소되었다. 그런 순간들에는 의사와 의료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단숨에 무너진다. 얼굴과 외형만으로 판단할 거라면, 차라리 점집을 하지 하는 냉소적인 생각까지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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