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는 마음에만 남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골반과 하지 통증에 걸음을 멈춘 적이 있다. 이를 악물게 되는 강한 통증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가벼운 산책 삼아 쇼핑몰을 걷다가 중간에 주저앉아야 했다. 외출할 때마다 반복되었지만 무심한 나는 그저 그날 몸이 피곤한 거라 여겼다. 집안일을 하다 갑자기 어지러워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순간도 있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피로가 몸을 무겁게 눌렀다.
심지어 몇 년 전부터는 누워만 있어도 37도 초반을 오가는 불명열이 지속되고 있었다. 열과 함께 때때로 두통이 몰려오고, 온몸에 힘이 빠져 움직일 수 없었으며,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따라왔다. 단순한 피로나 감기와는 다른, 몸 전체가 셧다운 하는 듯한 감각이었다. 사람들은 늘 아픈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조차도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반복되는 증상과 평생에 걸친 병력을 곰곰이 되짚어보면 내 몸이 스스로 기억을 꺼내고 있는 것 같았다. 증상은 어떠한 일련의 흐름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찾아왔다. 어느 날은 무력감과 어지럼증으로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했고, 또 어떤 날은 이유 없는 복통이나 발열이 몰려왔다. 감기는 일 년 내내 달고 살 정도로 잦았고, 증상들은 뚜렷한 패턴 없이 오락가락했다.
때로는 갑작스러운 기침 발작으로 밤을 지새웠고, 때로는 허리와 골반, 다리로 이어지는 통증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게 신체는 점점 더 약해졌고, 서로 다른 이유로 입원과 수술을 몇 차례 반복했다. 어쩔 수 없이 병실 침대에 누워 있을 때면, 이제는 그만 멈추라고 몸이 소리 지르는 것 같았다. 내가 말하지 못한 순간들, 혹은 잊었다고 믿었던 순간들을 몸이 대신 아픔으로 말하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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