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다시 보기
기억을 붙잡기 위해 사진을 남긴다. 오래된 습관이다. 특별한 장면이 아니라, 지금 먹는 것, 지금 보는 것, 기억해 두고 싶은 모든 것을 휴대폰 카메라로 기록한다. 내 앨범에는 이미 20만 장이 넘는 사진이 쌓였고, 외장 저장 장치에는 더 많다. 가끔 몇 년 전 사진이 추천으로 뜨면, 자유롭게 걷던 시절이 마치 다른 생처럼 느껴진다.
나의 세상은 손이 닿는 거리 안으로 줄어들었다. 예전엔 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지만, 지금의 나는 침대에서 대형 빈백에 반쯤 기댄 채로 하루를 시작한다. 공간이 바뀌었다기보다, 내가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통증이 오고, 5분 이상 서 있으면 금세 허리가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모든 생활의 중심을 ‘누워 있는 상태’로 옮겨야 했다. 침대는 더 이상 잠을 자는 곳이 아니라, 일하고 쉬고 먹고 회복하는 작은 세계가 되었다. 여기에 맞춰 쿠션의 높이와 각도를 조정하고, 노트북 스탠드를 설치하고, 작은 트레이를 올려두었다. 그렇게 조금씩, 내 몸의 한계를 전제로 한 공간이 완성되어 갔다.
한동안은 아이맥과 맥북(노트북)을 모두 침실에 두고 썼다. 그러나 누워서 일하는 습관이 점점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걸 깨닫고, 결국 아이맥은 다시 거실로 옮겼다.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누워서라도 일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아픈 몸으로도 1인분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그만큼 컸다. 하지만 결국 컨디션이 무너진 날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긴 작업을 이어갈 수 없다는 걸 받아들였다. 대신 거실 책상의 환경을 조정했다.
의자는 나에게 늘 경계의 대상이었다.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와 골반이 뻣뻣해지고, 견갑골 아래로 통증이 퍼졌다. 그래서 일반 의자 대신 집에 있던 안마의자를 리클라이너처럼 사용해 누울 수 있도록 만들고, 허리를 지탱해 주는 전용 쿠션을 함께 사용했다. 등쿠션은 목 아래와 허리 아래 두 곳을 동시에 받쳐주도록 조정했고, 내 몸에는 가장 잘 맞는 배치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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