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힘
어릴 적 우리 집에서는 ‘조용히 있어라’가 하루의 인사처럼 반복됐다. 아침에 눈을 뜨면 공기가 이미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고, 저녁에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침묵이 거실을 덮었다. 나의 작은 소리 하나에도 누군가의 분노가 번져갔고, 목소리의 높낮이만으로도 분위기가 금세 바뀌었다. 웃음은 눈치 없다고 여겨졌고, 감정의 표현은 버릇없거나 불필요한 행동으로 취급되었다. 말은 위험했고, 침묵은 안전이었다. 그래서 나는 점점 말을 줄였고, 이내 말을 하면 안 되는 아이가 되었다.
말하지 않는 데에도 요령이 필요했다. 소리를 죽이는 방법, 대답의 타이밍, 표정을 숨기는 방식, 내 침묵은 선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익혀야 했던 기술이었다. 그런 공간에서 자라면 자연스럽게 몸이 먼저 상황을 읽는다. 숨소리를 줄이고, 시선을 피하고, 감정을 감추는 일. 그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울면 혼이 났다. 나는 아주 작을 때부터 숨어서 우는 법을 익혔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다리가 저릴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작은 숨소리조차 들키면 무언가 잘못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내 몸은 ‘조용함’을 안전의 언어로 기억했다. 감정을 표현하면 ‘예민하다’, ‘유난스럽다’는 말을 들었고, 결국 내 마음은 내 안에서만 맴도는 법을 배웠다. 그때의 침묵은 나의 방어막이자, 나를 지키는 유일한 언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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