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죄책감의 끝에서

스스로를 벌하지 마세요

by Mia 이미아

나는 스스로를 벌하며 살았다. 잘못한 일이 없어도 늘 미안했고, 내 존재가 누군가에게 부담이 될까 두려웠다. 어린 시절, 나는 상황의 책임을 나에게 돌리는 습관을 배웠다. 부모가 싸우면 ‘내가 말을 잘못했나’, 가족이 화를 내면 ‘내가 더 조용히 했어야 했나’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어른이 된 후에도, 누군가의 불편한 표정 하나에 마음이 무너졌고, 타인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내 감정을 숨겼다.


내가 기억할 수 있을 때부터 나는 늘 사과하고 있었다. 실제로 잘못하지 않아도, 먼저 “미안해”라고 말해야 상황이 정리되었다. 그렇게 내 안의 죄책감은 현실을 통제할 수 없을 때마다 작동하는 안전장치가 되었다. 잘못이 나에게 있다면, 세상은 여전히 이해 가능한 곳이 될 것 같았다. 모든 혼란과 폭력, 설명되지 않는 일들 속에서 유일하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이 ‘내 탓’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은 덜 무섭고, 사람들은 여전히 예측 가능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를 원망하는 대신, 나를 탓하면 통제권이 내게 있는 듯했다. 그 믿음은 불안한 마음을 잠시라도 붙잡아 두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죄책감은 통제의 수단이 아니라, 스스로를 옥죄는 족쇄였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Mia 이미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나르시시스트 가족에게서 벗어난 가스라이팅 생존자. 내 글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상처를 이해하고, 트라우마와 함께 살아나가는 과정을 발견하기를 바라며 용기를 내어 본다.

7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2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7화분노의 자리에 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