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벌하지 마세요
나는 스스로를 벌하며 살았다. 잘못한 일이 없어도 늘 미안했고, 내 존재가 누군가에게 부담이 될까 두려웠다. 어린 시절, 나는 상황의 책임을 나에게 돌리는 습관을 배웠다. 부모가 싸우면 ‘내가 말을 잘못했나’, 가족이 화를 내면 ‘내가 더 조용히 했어야 했나’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어른이 된 후에도, 누군가의 불편한 표정 하나에 마음이 무너졌고, 타인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내 감정을 숨겼다.
내가 기억할 수 있을 때부터 나는 늘 사과하고 있었다. 실제로 잘못하지 않아도, 먼저 “미안해”라고 말해야 상황이 정리되었다. 그렇게 내 안의 죄책감은 현실을 통제할 수 없을 때마다 작동하는 안전장치가 되었다. 잘못이 나에게 있다면, 세상은 여전히 이해 가능한 곳이 될 것 같았다. 모든 혼란과 폭력, 설명되지 않는 일들 속에서 유일하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이 ‘내 탓’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은 덜 무섭고, 사람들은 여전히 예측 가능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를 원망하는 대신, 나를 탓하면 통제권이 내게 있는 듯했다. 그 믿음은 불안한 마음을 잠시라도 붙잡아 두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죄책감은 통제의 수단이 아니라, 스스로를 옥죄는 족쇄였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