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같지 않은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선물

by Mia 이미아

생일, 명절,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같은 날들은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그나마 기억할 만한 것들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참 지나 원가족과 분리된 후에야 만들어진 것들이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견디던 날들에 특별한 의미가 붙으면, 그 무게가 내 마음을 깊이 파고들어 가슴 한가운데가 답답하고 아팠다. 새해나 명절, 생일, 5월 전 후로 유난히 많이 아프다.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산타는 어린이집 같은 곳에서 본 솜으로 엉성하게 만든 수염을 붙인 아저씨였다. 많아봐야 4-5살이었을 텐데, 가짜 산타인데 속는 척해줘야 하나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어린 아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다. 나는 유치원을 제대로 다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마 낮에 잠깐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었을 것이다. 내가 사람 육아 경험이 없다 보니, 지금도 그 시설의 정확한 명칭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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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은 내가 원하는 것을 받아본 적이 없다. 늘 하위호환 제품이나 원하지 않는 것을 주었다. 예를 들어 바비인형을 갖고 싶어 하면 미미인형을, 만화 잡지 나나가 갖고 싶다고 하면 밍크를(패션 잡지로 치면 보그를 원하는데 쎄씨를 준 것이다), 소니 워크맨이 갖고 싶었을 땐 지하철에서 파는 싸구려 카세트 플레이어를 사 왔던 거 같다. 이어폰만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꺼내서 들었다. 카세트는 네댓 개쯤 겨우 모았던가.


제일 싫었던 건 과자세트, 그리고 역시 지하철에서 파는 건전지를 넣으면 움직이는 강아지 인형이었다. 과자는 잘 먹지 않고, 강아지는 진짜 강아지를 원했다. 마음은 굴뚝같아도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자매들에겐 자주 원하는 것을 사주었고, 우리 집은 부모가 각각 자차를 가지고 있었다. 내 생일은 잊고 지나가기도 했는데, 그럴 땐 '너 좋아하는' 미역국을 끓여주며 생색을 냈다. 그 생각을 하면 먹기 싫을 법도 한데, 미역국은 지금도 좋아한다. 예민한 내 몸에 잘 맞는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강-


남편과 만난 후에는 매년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서 조촐한 홈파티를 했다. 대부분 둘만의 시간이었고, 가끔 손님을 초대하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좋아하는 베이커리에 미리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예약하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었고 우리의 작은 리츄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딱 10년째 되는 올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창고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꺼내지도 않았고, 그나마 앵두 전구라도 장식해 볼까 주문해 두었던 택배 상자는 아직 손도 대지 못한 채 거실 한구석에 놓여 있다.


답답한 마음은 광화문이라도 나가고 싶다. 하지만 책상 앞에 조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쳐지고 온몸에 통증이 번지는 내 몸으로는 나갈 수가 없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 중에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이후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가만히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는 과연 산 자일까? 죽은 자일까?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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