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드는 마음
오랜 시간 고통에 익숙해지면, 평온은 낯선 감각이 된다. 조용한 하루, 통증이 잠시 멈춘 시간조차 어딘가 불안하게 느껴진다. ‘지금 이 고요가 얼마나 지속될까’ 하는 의심이 스며들면, 마음은 다시 경계의 자세를 취한다. 몸이 잠시 이완되어도, 마음은 여전히 위험을 예측하며 긴장을 놓지 못한다.
나는 오랫동안 불안을 나의 일부로 삼고 살아왔다. 아플 때가 더 익숙했고, 외로울 때가 오히려 편했다. 괜찮아지는 순간이 낯설고, 그 낯섦이 두려웠다. 누군가의 칭찬을 들으면 마음 한구석에서 ‘정말일까’ 하는 의심이 따라왔다. 행복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내가 그걸 누릴 자격이 있을까, 혹은 이 평온이 오래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뒤따랐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다시 ‘견디는 자리’로 돌아가곤 했다. 오랜 시간 버텨온 사람에게 고통은 익숙한 언어였고, 평온은 아직 번역되지 않은 문장 같았다. 고통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안도보다 낯선 불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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