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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영 Oct 01. 2018

가계부 한 달에 한번 쓴다.

미래 대비? 오늘도 소중하다.

가계부를 쓰는 목적이 무얼까?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첫째는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를 알기 위해서

둘째는 얼마를 벌어 얼마를 썼고 얼마가 남았는지 알기 위해서 

셋째는 지출에 대한 분석으로 현명한 수입 지출관리를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이 보다 앞서야 할 목적이 있다. 그것은 삶의 소중한 의미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인 돈을 분석하고 통제하며 목표를 세우는 재무설계를 위함이어야 한다. 분석과 통계와 목표가 없는 가계부 작성은 시간 낭비라고 과감히 말한다.


오래전 나도 가계부를 매일 썼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쓴다. 

매일 안 쓰는 이유는 

다 쓸데 썼지만 지출내역들을 보면 마음 편치 않은 날들이 많았고, 하루에 한 번 쓴다고 하더라도 기억을 다 못 하다 보니 빠뜨리는 지출들이 간혹 있었다. 기업의 복식회계가 아닌 담에야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당연한 일.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매일의 불편한 마음을 없애고 빠짐없는 수입과 지출 기입 및 분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출은 거의  카드를 사용하고 카드 사용내역과 통장의 자동이체 내역을 토대로 하여 한 달에 한번 작성하고 분석한다. 소비패턴이 어떠한지, 줄일 수 있는 분야는 있는지, 충동구매는 없었는지, 할부가 얼마나 남았는지.  

한 달에 한 번만 열 받으면 되고 시간 절약에 빠뜨리는 지출 내역도 거의 없다.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요즘 스마트폰 앱이 얼마나 잘 돼 있는 줄 알아? 복잡하게 살지 말고 간편하게 살아."라고.

그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3년 이상은 본인이 직접 관리해보기를 권장한다. 공인인증서로 은행과 카드사 등에 연결되어 참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앱이 잘 만들어져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간편한 앱으로 관리 시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직접 내가 분류했을 때와 자동으로 분류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소비패턴을 한번 더 생각해 본다거나 카드의 할부와 적금 자동이체 등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부득이 앱으로 관리를 한다 하더라도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세밀한 관찰을 해볼 필요가 있다. 살피고 분석해봐야 한다. 


한 달에 한번 쓰는 가계부!           

1년 지나고 나면 한 달에  한 장, 총 12장으로 모든 소득과 지출이 한눈에 들어오니 이제는 우리 집 통계

내야 한다. 3년만 작성해보면 어느 달은 "+"인데 어느 달은 "-"인지가 통계치로 나온다. 여기에 추가를 한다면 매월 자산 변동내역을 적어 본다. 소유 부동산 구입 원가가 얼마인데 현재 시가는 얼마, 주식 구입 원가는 얼마인데 현재 가치는 얼마, 금융기관 예치금은 얼마 등으로 본인의 자산 총괄 내역을 적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매월 본인의 자산내역 및 자산 종류별 비율 산출이 가능하다. 이를 근거로 계속 보유, 매도, 추가 매입 등 의사 결정 시 아주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며, 인생의 재무계획을 보다 현명하게 세울 수 있게 된다.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있다.

내 소득의 1/10 은 반드시 나를 위해 사용한다는 것. 기독교의 십일조를 허락 없이 표절했다.  

미래를 위한 저축도 중요하지만 오늘의 나도 소중하다.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돈 다 벌어 놓으니 아프다고. 슬프지 않은가? 50대 중반으로 들어선 나도 이제 슬슬 아프기 시작한다. 가끔 귀도 먹먹하고, 무릎도 아프다. 최근엔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파서 잠을 이루지 못한 때도 있었다. 서글픈 생각이 많이 든다.

젊은 친구들은 잘 모르는 옛 노랫가락에 "노세 노세 젊어노세"라는 말이 있다. 그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번 돈의 일부는 본인을 위해 지금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나를 위한 보상을 한 지가 10여 년 밖에 되질 않는다. 그래서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들께 꼭 권하고 싶다. 젊은이도 자신을 위한 보상을 꼭 시작하라고.

옷, 가방, 차를 사든, 공부를 하든, 혼자만의 여행도 괜찮다. 왜냐하면 돈 번다고 나를 돌볼 시간 없이 바쁘게 살았으니, 그에 대하여 기꺼이 보상을 해줘야 한다. 사용할 수 있는 한도가 주어져 있고 그것이 인생의 재무계획에 차질이 있을 만큼이 아니니 편한 마음으로 미련 없이 쓸 수 있다. 돈을 버는 한 이런 멋진 보상이 주어지니 또 보상을 받기 위해 내일도 모레도 열심히 일을 할 것이다.


관리하는 방법은 나의 1년 소득이 3천만 원이라면 연간 3백만 원 그러니까 월 250,000원을 별도의 통장에 자동이체 해 놓는다. 그 돈을 매월 사용하든, 3개월에 한 번 사용하든, 아니면 모아서 1년에 한 번 사용하든 그 건

본인의 자유다. 중요한 것은 꼭 나를 위해 어떻게든 사용한다는 것. 


그 돈으로 나는 8년째 해외여행을 했다. 한 달 후가 되면 또 떠난다.

30여 개국 이상을 여행했고, 퇴직 전까지 아프리카와 남미 같은 아주 먼 곳을 제외하면 "찍고 찍고의 패키지여행"으로 가고 싶었던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을 둘러볼 것 같다.

해외여행 경험에서 얻은 것들은 내 돈벌이에 다시 응용되기도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돈으로 바꾼 경험이 다시 돈으로 바뀌어 통장으로 돌아오거나, 먼 훗날 추억으로 길이 남거나.

그리고 퇴직 후엔 가장 좋았던 도시를 찾아 자유여행을 해보고, 한 달씩 살아도 볼 생각이다. 낭만적이지  않은가!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행복하다.


그런데 궁금하지 않은가? 그 돈은 준비하였냐고.

답은 "오랫동안 떼놓았던 내 수입의 1/10 중 쓰고 남은 잔액이 통장에 차곡차곡 있습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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