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여 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검사와 진료를 위해서다.
20여 일 전부터 또 다른 곳이 아파와서 큰 걱정을 안고 병원문을 들어섰다.
입원 수속을 마치자
병실 안내를 도와주시는 분께서
나를 알아보시곤 반갑게 손을 잡아 주셨다.
몇 달이 흘렀는데도 기억을 해 주시다니......
지난번 입원 때 들어왔던 병실인데, 그때 있었던 자리엔 다른 환자가 누워있다.
이번에 배정된 침대는 창쪽으로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
롯데월드타워가 눈앞에서 반짝거린다.
와!
이런 곳에서 밤을 보낼 수 있다니......
6인실 병실엔 나와 어떤 이, 이렇게 둘 뿐.
다음 주가 징검다리 휴일이어서인지 병실이 많이 비었다.
조용하다.
아니, 고요하다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
짐 정리를 마치고
침대에 앉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본다.
아! 노을이다.
참 오랜만이네!
노을은 매일매일 있었을 텐데,
이렇게 텅 빈 마음으로 오롯이 노을만 보았던 때가 있었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 세상은
한 가지만 생각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래서 머리는 늘 복잡했고
해결해야 할 숙제는 늘 남아있었다.
많은 걸 놓아버린 지금
지난날을 생각해 보니
그때 그 숙제들은 꼭 해야만 했던 것들도 아니었었다.
더 웃음이 나오는 건
꼭 해야만 했던 숙제는 그게 아니었다는 것.
왜 그렇게 살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