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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영 Jun 02. 2023

꼭 해야 했을 숙제

3개월여 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검사와 진료를 위해서다.

20여 일 전부터 또 다른 곳이 아파와서 큰 걱정을 안고 병원문을 들어섰다.


입원 수속을 마치자

병실 안내를 도와주시는 분께서

나를 알아보시곤 반갑게 손을 잡아 주셨다.

몇 달이 흘렀는데도 기억을 해 주시다니......


지난번 입원 때 들어왔던 병실인데, 그때 있었던 자리엔 다른 환자가 누워있다.

이번에 배정된 침대는 창쪽으로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

롯데월드타워가 눈앞에서 반짝거린다.

와!

이런 곳에서 밤을 보낼 수 있다니......


6인실 병실엔 나와 어떤 이, 이렇게 둘 뿐.

다음 주가 징검다리 휴일이어서인지 병실이 많이 비었다.


조용하다.

아니, 고요하다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


짐 정리를 마치고 

침대에 앉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본다.


아! 노을이다.

참 오랜만이네!

노을은 매일매일 있었을 텐데,

이렇게 텅 빈 마음으로 오롯이 노을만 보았던 때가 있었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 세상은 

한 가지만 생각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래서 머리는 늘 복잡했고

해결해야 할 숙제는 늘 남아있었다.


많은 걸 놓아버린 지금

지난날을 생각해 보니

그때 그 숙제들은 꼭 해야만 했던 것들도 아니었었다. 

더 웃음이 나오는 건

꼭 해야만 했던 숙제는 그게 아니었다는 것.


왜 그렇게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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