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출발

(막내아들 결혼식 이야기)

by 민복숙

얼마 전에 막내가 결혼식을 했다. 위에 형이 둘 있는데, 순서에 연연하지 않기로 하니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름다운 날! 아름답게 예식이 마무리되었다. 행복하고 뿌듯한 날이었다.

작년 이맘때쯤 막내가, 지나가는 말로 예식장을 예약했다고 전했다. 5~6년 사귄 사이라 당연하다는 생각과 함께 조금 섭섭했다. 반대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의논 한마디 없이 식장 예약이라니…… 조금 황당했다.

섭섭한(?) 마음을 뒤로하고 두 사람에게 모두 맡기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상견례 때도 간단하게 양가 가족이 만나 인사하고 오붓하게 식사하며 정담을 나눴다. 결혼과 관련해서는 아이들에게 모두 맡기자는 것 외에는 더이상 의논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고 나니, 둘이 살 집을 구하는 일이 가장 큰 일이었다. 둘 다 멀리 가는 것을 원치 않아, 가까운 곳에 형편에 맞추어 결혼식 전에 집을 구하고 이사까지 마무리했다. 그러고 나니 당사자들은 바쁘겠지만 엄마인 나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이것저것 모두 생략하다 보니 남편이 좀 섭섭해할 것 같아 양복 한 벌 맞춰주고, 내 한복은 사돈과 어울리게 색깔만 다른 같은 것으로 대여해 놓고, 지인들에게 모바일로 청첩장을 돌리는 게 전부였다.

드디어 결혼식이 끝나고 정산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미리 아들에게 맡기기로 의논이 되었다. 다들 모두 생략해도 돈만큼은 부모들이 정산한다고 했으나, 생각한 게 있어서 명부만 확실하게 전달해 달라고 미리 당부해 놓은 터였다. (다행히 지인들이 많이 참석해 주어서 예식비 걱정은 안 해도 되었다.)

아들 결혼식을 하는데 내가 한 일이라고는 지인이 부동산을 하고 있어서 아들에게 소개해주고, 청첩장 돌리고, 예식이 끝난 후 하객들께 감사인사한 것 정도가 전부였다.

사실 이렇게 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주변에서 자녀 결혼을 시키면서 양가의 의견 충돌로 인해, 서로 마음 상해하는 것을 더러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가장 상처받는 게 당사자들이라는 생각을 하면 되는데,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새 출발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소박하게 출발해도 둘이 예쁘게 잘 살면 된다. 그런데도 서로의 마음을 보지 않고, 뭐든 가격을 매기려고 하는 것에서 충돌이 발생한다. 아직도 허례허식이 많이 존재하는데, 더 많이 축소되고 거품이 빠져야 한다. 그래야 결혼을 포기하는 청춘들도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들 부부의 새로운 앞날을 축복하며, 남은 두 아들을 비롯하여 이 땅의 젊은이들이 결혼을 족쇄가 아닌 아름다운 출발로 인식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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