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에서 독서활동의 의미
학생생활기록부(생기부)에 기재되고 대학 측에 제공하는 항목이 매년 줄어들었습니다. 사교육 영향을 줄이고, 대입 제도의 공정성을 강화한다는 정부 정책에 따른 변화입니다. 주요 변화를 살펴보면, 2022학년도부터 방과후 활동 내용과 소논문 기재 금지, 수상경력 학기당 1건으로 제한, 2024학년도부터 개인 봉사활동 실적, 독서활동, 자율동아리, 영재·발명교육 실적과 학기당 1건(재학생 기준 5건) 제공되던 수상경력도 반영하지 않습니다. 큭히, 2024학년도부터는 자기소개서가 전면 폐지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대학측에서 지원학생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정책과 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역량 평가에 주로 활용해왔던 자소서가 없어진 게 특히나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학생부에서 드러나지 않는 개별적인 학습 이력과 과정, 그리고 특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의 하나가 독서 이력입니다. 독서 이력은 초기 입학사정관제도 당시에도 책 리스트를 100권 정도 적어내느라 부풀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소서에 독서에 관한 내용을 따로 기재할 수 있어서 전공 적성과 성향 등과 관련해 개별 학생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아쉽게도 이렇게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진 겁니다. 그러면 독서는 이제 신경쓰지 않아도 될까요?
결론은 아닙니다. 독서는 텍스트를 읽어내는 가장 좋은 수단입니다. 텍스트는 특정한 의도로 소통하기 위해 생산된 인공물로, 일정한 기호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텍스트는 문학 작품, 문서, 영상 매체 등 다양한 형태를 띱니다. 대학에서의 공부는 이러한 텍스트를 읽어내고, 분석하고, 자신 스스로 논문을 쓸 수 있는 역량을 요구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텍스트 독해 및 분석 역량의 기초를 키우는 학습을 소화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빠져서는 안될 것이 바로 독서인거죠.
그러나 이전처럼 책을 읽어다는 것으로 끝나면 안됩니다. 독서를 하고 난 뒤 독서에서 인상적으로 느낀 점이나 새롭게 알게 된 점, 또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점을 찾아서 이를 기초로 추가조사나 심화학습을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문과는 주로 보고서 작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과는 실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자율활동에서 이런 걸 했다면 동아리활동에도 연계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독서는 학업 역량을 펼치는 모티브가 될 수 있습니다.
수업시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어, 영어, 수학 시간에 각각 관련된 독서를 할 수 있습니다. 독서부터 하는 게 아니라 주제를 잡아서 이와 관련된 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료나 보고서를 찾다가 관련된 책을 찾아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독서를 하면 일정한 흐름이 생기고 입사관들에게도 임팩트있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습관을 들이면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가 쉽지가 않죠. 또, 모든 책을 그렇게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꼭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어도 괜찮습니다. 그것도 ‘발췌독’이라 해서 독서 방법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물론 너무 대충 읽어서 나중에 전혀 기억이 나지 않으면 면접에서 낭패를 볼 수 있긴 합니다. 책을 쓴 저자의 의도와 책의 맥락은 이해하고 있어야겠죠. 개인적으로 분류나 원칙을 정해놓으면 좋을 듯합니다. 읽는 목적이나 시기, 장르 등에 따라서 나누면 적절하게 배분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독서도 중요하지만, 독서만큼 나름대로 신경써야 할 부분은 자료 정리입니다. 공부하다 보면 인터넷 등을 통해서 알게 되는 자료가 많은데 이를 잘 정리해 놓는 게 중요합니다. 모든 자료를 다 할 수 없지만, 중요하고 필요가 명확한 자료들은 폴더를 따로 만들어 놓는 게 좋습니다. 이 자료와 연관된 책도 같이 정리해 두면 보고서를 쓸 때 시간이나 노력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독서는 학업역량의 뿌리이자 큰 줄기입니다. 독서를 바탕으로 생기부가 무성한 이파리들이 매달린 나무처럼 상큼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