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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구토끼 Dec 08. 2015

가죽으로 만드는 나만의 브랜드

#17 아주 특별한 열일곱번째 취미이야기_가죽공예

호젓한 저녁, 어느 작은 방, 여기저기 흩어져 앉은 사람들은 책상 위 등불 아래 무언가를 이리저리 비춰보다, 망치를 두드리거나, 슥삭슥삭 바느질을 하고, 자를 여기저기 대보며 저마다 놀라운 집중력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습니다. 특유의 질감과 내구성으로 오늘 날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패션의 아이콘이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은 멋이 베어나오는 이 것. 사람들이 한참 열중하며 만들고 있는 이 무언가는 바로 가죽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바로 이 가죽으로 슥삭슥삭 다양한 물건들을 만들어 내는 취미,  가죽공예에 대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늦은 저녁 방문한 공방은 각자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한 쪽에서는 초보자 분들이 한창 카드지갑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었고, 또 다른 한 켠에서는 가죽 위에 자를 대보며 도안을 그리는데 한창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만드시는지 호기심이 생겨 조심스레 다가가 여쭤보았더니, 만들고 계시던 건 무려 여성들의 워너비 백, 버킨백이었습니다! 버킨백 도안을 연구하셔서 나만의 백을 직접 만드신다고 하네요. 


여자들의 잇백, 버킨백을 만드는 모습


가죽공예로 만들 수 있는 작품은 정말 다양합니다. 흔히 잘 아는 핸드백, 지갑, 케이스, 수첩 부터 신발, 팔찌, 칼집, 글러브, 옷, 공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물품들을 가죽으로 만들 수 있답니다. 이렇게 만드는 물품들 중에서는 유명 브랜드의 작품들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물품들도 많답니다. 이 외에도 나만의 스타일과 디자인을 창조해서,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물품을 내 취향에 맞게 그때 그때 직접 만들어, 나만의 잇템으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게 가죽공예의 가장 큰 매력이지요. 


이날 공방에서 취재를 도와 주신 가죽공예 고수, 송명호 씨도 나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가죽공예를 시작하게 되셨다고 해요. 명호 씨는 원래 바이크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서 취미로 즐기곤 했는데, 가지고 싶은 바이크 용품을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었고, 해외에서 구하자니 그 과정이 복잡하고 가격도 너무 높았다고 해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서 쓰자는 결심을 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외국자료를 통해 독학을 한 후, 직접 만든 바이크 용품은 사서 쓰게 되는 제품들보다 훨씬 더 애착이 가고, 취향에도 맞는다고 합니다. 이후, 가죽공예에 빠지게 되어 지금은 가죽공예 동호회, "놀다" 에서 초보 회원분들을 가르치고 계시답니다. 


인기 브런치 작가, 흔디님 (https://brunch.co.kr/@sooscape) 역시 가죽공예를 종종 취미로 즐기신다고 해요. 그림만 잘 그리시는 줄 알았던 흔디님은 가죽공예에도 남다른 센스를 보이셔서, 생활 속에서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시간이 날 때마다 뚝딱뚝딱 가죽으로 만들어 내신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남편 분이 직장에서 가져오신 보조배터리를 봤는데, 보조배터리 표면에 새겨진 홍보용 문구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으셨다고 해요. (역시 디자이너라 그런지 디자인에 예민하시군요. 멋졍.) 못생긴 디자인을 참을 수 없으셨던 흔디님은 가죽을 구입해서 베터리 표면의 문구를 가릴 수 있는 보조배터리용 케이스를 만드셨다고 합니다. 저번에는 사촌 분의 결혼식 선물로 직접 핸드백을 만들어 선물하셨다고 하네요. 


사촌 분의 선물로 만든 핸드백. 깔끔한 디자인에 한 번 놀라고, 직접 만드셨다는 말에 두 번 놀랐네요. 


위 사진들은 모두 흔디님이 직접 만드신 가죽공예 작품들입니다. 여권케이스, 키홀더, 팔찌, 가방, 파우치 등 다양한 일상용품들을 직접 만드셨다는 게 놀랍습니다. 이렇게 생활과 밀접한 재료다 보니, 가죽공예를 통해 만든 가죽작품들은 곧바로 누군가의 일상에 기쁨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가죽공예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이렇게 만든 일상용품이 바로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만든 나만의 리미티드 제품이라는 점입니다. 가죽공예를 통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우선 내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에 알맞는 가죽과 실을 고르고, 밑그림을 그린후, 재단판을 만든 후, 여기에 맞춰 가죽을 자르고, 바느질을 하고, 필요 시 지퍼나 징과 같은 다양한 액세서리를 부착한 후, 마무리 작업까지 마친 후에야 비로소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실땀 하나하나까지 모두 내가 기획하고 만든, 말하자면 나만의 브랜드를 단 제품인 셈이지요. 여러 단계를 거치는 만큼, 들어간 정성 또한 무시할 바가 못되니, 그 가치가 더욱 큰 것 같습니다. 


하나의 가죽 용품을 만들기 위해선, 많은 정성이 필요하답니다.

이렇게 만든 작품들은 시간이 지날 수록 헤지고 닳으면서 오히려 그 멋을 더해갑니다. 가죽이란 재료는 색이 바래고 손 때가 어느정도 타야지 그 특유의 빈티지한 감성이 살아나는 소재라고 하네요. 소재 자체도 워낙 튼튼하고 실용적이라, 한 번 만든 가죽제품을 몇 번 쓰고 휙 버리게 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나만의 개성이 녹아 있고, 튼튼하고, 실용적인 데다가, 오래 쓰면 쓸수록 더 매력이 증가하는 제품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을 것 같아요. 


제작자의 개성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가죽공예는, 그 개성에 따라 다양한 장르가 있다고 합니다. 통가죽공예, 카빙, 바이커, 인디언, 핸드백 등 만드는 제품의 성질과 스타일에 따라 장르가 갈리고, 같은 장르 안에서도 각 나라마다, 각 작가마다 다른 특유의 스타일이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깊이 들어갈 수록 다양한 장르가 있다 보니, 가죽공예를 배울 때는 먼저 기본을 착실히 다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방이나 동호회에 소속되어 함께 가죽공예도구를 공유하며 기술을 배우는 게 가장 효율적이겠지만, 사정 상 독학을 하고 싶으시다면, 기본기 만큼은 꼭 제대로 숙련자에게 배우고 난 후 보다 깊은 장르로 들어가는 걸 추천하신다고 합니다. 


기본기를 익힌 후에는 유튜브 채널이나 독학 자료를 통해 가죽공예를 더욱 심도 있게 공부하고, 핀터레스트에 올라오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보며 어떤 스타일로 어떤 작품을 만들 것인지 구상하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가죽 공예 스타일로 다양한 가죽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거에요. 이렇게 만든 가죽공예작품을 플리마켓 등에서 판매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지요. 


나만의 감각으로 나만의 개성이 담긴 분위기 있는 생활용품을 만들고 싶으시다면, 가죽공예에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팔랑팔랑한 종이와는 또 다른 가죽만의 부들부들한 질감에 빠져 정신 없이 공구를 놀리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브랜드 제품을 손에 쥘 수 있을 거에요. 고마운 사람들에게, 혹은 오늘 하루 고생한 나 자신에게, 친애의 마음을 담아 내가 만든 가죽 용품을 선물해 보세요! 받은 사람들의 일상에 소소한 기쁨이 물들 거에요. 

 

Special Thanks to. 

취재에 협조해주신 가죽공예 동호회 "놀다" 와 흔쾌히 사진을 제공해주신 "흔디" 님, 정말 감사합니다! :) 

*공지 : 최근 올린 글들을 포함해서 앞으로 브런치에 올리는 글들은 보다 '취미의 소개' 라는 취지에 맞춰서 쓴 글들이 올라오게 될 것 같습니다. 이전까지는 소개하는 취미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및 실용적인 부분도 모두 포함시켰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취미를 독자분들께 소개드리는 데에 중점을 둔 글들을 올릴 예정이에요. 취미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은 책에서 추가 및 재편성해서 찾아뵙고자 합니다. 아무래도 책에 실리는 내용과 브런치에 올리는 내용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브런치에 대충 글을 쓰거나 잠시간 활동을 중단하기는 싫기에 그간 고민을 많이 한 후 내린 결론이랍니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분들이 글을 보시고, 새로운 취미에 가슴이 두근거리시기를 꿈꾸며, 브런치 활동도 집필 활동도 열심히 병행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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