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아주 특별한 열여덟번째 취미이야기_디제잉
한껏 분위기가 달아오른 파티, 절로 몸을 들썩거리게 만드는 비트가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심장까지 울리는 듯한 리듬에 맞춰 몸을 휘적거리다가, 교묘하게 겹쳐 들어오는 또 다른 익숙한 멜로디에 환호성을 지릅니다. 묘기의 주인공은 바로 한 구석에서 비스듬히 헤드폰을 쓴 채 고개를 까딱거리며 믹서를 돌리고있는 DJ입니다. 같은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현란한 기술로 흠뻑 취하게 하는 모습은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쪽 귀로 끊임없이 다른 곡을 들으며 다음 믹싱을 준비하는 뜻밖의 진지함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음악을 재조합하여 새로운 소리를 창조해내는 음악의 마술, 디제잉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제이, 음악을 틀어줘! 요즘 노래를 듣다 보면, 이렇게 DJ 를 찾는 가사 내용이 자주 들립니다. 유명한 연예인들도 디제잉의 매력에 빠져 각종 페스티벌에서 디제이로 활약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디제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람들의 생소한 눈길을 받았던 과거와 달리, 날이 갈수록 디제잉은 대중들에게 친숙한 장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디제이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 또한 고착되어 가고 있는데요, 들어가는 말에서도 언급했듯이, 흔히 디제이라고 하면, 화려한 축제나 클럽에서 사람들이 춤추기 좋은 신나는 음악을 틀어주는 사람을 떠올리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하지만 디제잉의 세계는 그보다 훨씬 넓고 깊답니다. 이번 글을 위해서 브런치, 페이스북, 티비 팟 등에서 “퇴근 후 디제잉”이라는 미디어를 운영하시며, 직장인 디제이 분들과의 인터뷰를 브런치에 활발하게 연재하고 있는 장규일 작가님께 디제잉에 대해 여쭤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먼저 디제잉은 단순히 음악을 그대로 틀어주는 것이 아닌, 다수의 곡을 자신의 음악적 재능과 취향, 테크닉으로 재조합하는 창조적인 작업입니다. “DJ” 는 “디스크 자키 (disk jockey)” 의 앞글자를 딴 약칭으로, 디스크란 과거에 음악을 담았던 매체, LP 판을 가리키고, 자키는 분위기를 모는 사람이란 뜻으로 디제이는 즉 음악으로 듣는 이들을 이끄는 사람이라는 뜻이 됩니다. 이 이름 그대로, 디제잉이란 수동적으로 음악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능동적으로 기존의 곡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석하고, 다시 서로 섞어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재조합과 재해석의 과정입니다.
음악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기에, 디제이 들에게도 다양한 스타일이 있습니다. 하우스, 일렉트로닉, 힙합, 테크노, 알앤비 등 각 음악 장르는 각기 다른 비트와 리듬, 전개와 멜로디 상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요, 디제이들은 다양한 음악장르의 믹싱(Mixing)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본인의 취향에 따라 한 가지 장르의 곡들을 섞기도 합니다. 하우스 음악을 좋아해서 주로 하우스 음악을 디제잉한다면 하우스 DJ, 힙합이면 힙합 DJ 로 불리게 되는 거지요.
디제잉을 하는 장소 역시 천차만별입니다. 쿵짝쿵짝 빠른 비트에 맞춰 한바탕 몸을 흔들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은 사람들로 가득 찬 클럽이나, 적은 수의 인원들이 만나 가볍게 친목을 다지는 파티, 심지어 우리집 베란다나 방 한켠까지, 디제잉을 하는 장소에 따라 디제이의 선곡과 디제잉을 즐기는 방법 또한 달라집니다. 베드룸 디제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 디제이는 집에서 혼자 디제잉을 하며 즐기는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클럽에서 관중들과 호흡하며 선곡을 하는 디제이도 있는가 하면, 퇴근 후 집에서 믹싱을 하며 스스로 음악에 흠뻑 취하는 디제이도 있답니다.
시간이 흐르며 기술의 진보에 따라 디제잉의 모습에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게 됐는데요, 예전에는 LP판을 올려 놓고 직접 하나하나 조작하며 곡을 섞어야 했다면, 요즘에는 자동적으로 비트를 맞춰주는 기기도 생겼고, USB로 곡을 올릴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어떤 장비로 디제잉을 시작해야 되는지, 지금부터 디제잉을 하고자 하는 분들은 많은 고민이 될 수 있는데요,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가장 즐겁게 디제잉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디제잉을 즐기는 일입니다. 비트매칭이 어려우시다면, 최신 장비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고, 스스로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신다면, 보다 앤티크한 기기를 사용하셔도 좋을 거에요.
디제잉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음악에 푹 빠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제목에서 디제잉을 음악으로 부리는 마술에 비유했는데요, 여기에는 비단 디제잉이 음악으로 화려한 묘기를 보인다는 점 뿐만 아니라 다른 의미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술사가 하나의 마술을 관객들 앞에서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수천 수만번의 연습을 하듯이, 디제잉 역시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노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입니다.
디제잉을 잘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고, 나만의 음악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해요. 디제잉을 할 수 있는 음악은 실로 다양하기에 광대한 음악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도 우선시되요. 최근에는 심지어 국악으로도 디제잉을 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고 하네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기쁘게 새로운 음악을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고, 음악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도 다양한 장르를 듣고 분석하며 내 취향의 장르를 새로 개발하며 음악에 빠질 수 있어요.
이렇게 구축한 음악 라이브러리에서 소중한 음악을 꺼내, 이젠 디제잉을 즐길 시간이겠지요? 완전히 다른 색깔을 지닌 두 가지의 음악을 물 흐르듯이 섞는 고도의 작업을 바로 "믹싱" 이라고 합니다. 이 믹싱을 잘 하려면 각기 다른 두 곡의 분위기, 멜로디, 하모니, 전개를 절묘하게 잘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가장 기본적인 박자템포를 맞춰야 합니다. 서로 다른 박자의 두 곡이 흘러 나오면, 아무리 서로 잘 맞는 곡이라고 해도 알아 듣기 어려울 거에요. 이렇게 각기 다른 두 곡의 박자를 맞추는 작업을 "비트매칭"이라고 합니다. 디제잉 기술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더욱 신선한 곡의 조합으로, 더욱 색깔 있게 곡들을 재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갈고 닦은 디제잉 실력으로, 나홀로 디제잉을 즐기는 분이시라도, 한 번 쯤은 사람들이 모여 즐기고 교류할 수 있는 디제잉 파티에 디제이로 참여하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내가 발굴한 음악을 나만의 개성으로 재해석해서 들려줄 때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신나하는 모습을 보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해요. 함께 디제잉을즐기는 동료들과 디제이 파티를 기획하며 신나게 하룻동안 지인들과 음악에 취해보는 것도 즐거운 추억이 될 거에요.
음표와 박자를 타고 놀며 광대한 음악의 세계에 풍덩 빠지고싶다면, 잘게 쪼개진 박자 하나하나를 느끼며 음악과 완벽한 일체감을 느끼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내가 느낀 음악의 감동을 나눠주고 싶다면, 디제잉을 시작해 보세요. 헤드폰을 비스듬히 낀 채 빨라지는 곡 전개에 고개를 까닥거리다 보면, 어느 새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는 모두 깨끗이 잊어버린 채, 음악의 마술사가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Special Thanks to.
장 규 일 a.k.a 912 (Martin 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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