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아주 특별한 세번째 취미 이야기_승마
너의 단단한 근육이 힘차게 약동할 때, 나는 짜릿함을 느껴. 네가 거친 숨을 내쉴 때, 내 숨도 함께 가빠져. 처음에는 낯설고 두렵기만 했던 네가, 이제는 그 누구보다도 가깝게 느껴져. 내가 너를 이해하듯이 너도 날 이해하는 걸 알아. 이젠 난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의 심장이 뛰는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어. 우리 함께라면 끝없는 자유를 누릴 수 있어. 영원히 날 떨어트리지 말아줘...말아. 네, 지금까지 승마를 했던 저의 소감이었습니다. 네? 다른 글인 줄 알았다고요? 무슨 소리신지... (순수) 얼른 눈의 음란마귀와 연애마귀를 떼어버리고 오세요. 어머어머 불경해라.
모처럼 장난이 치고 싶은 날이라, 도입부에서 나름 낚아 보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해드릴 특별한 취미는, 서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승마입니다! 평소에 은근히 승마에 관심이 있으셨거나, 동물을 참 좋아하시는 분들께 반가운 글이 되었으면 하네요.
말을 타고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모습을, 우리는 옛날 조선 시대 무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나 중세시대 악마를 쫓는 뱀파이어 헌터가 나오는 영화 등 다양한 시대를 다룬 여러 장르 매체에서 심심치 않게 봐 왔는데요, 그만큼 말은 오랜 기간 인간의 삶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던 동물입니다. 말이 인간에게 길들여진 시기는 청동기 시대에 해당하는 AC 3000~2400년 경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동부유럽에서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넓은 지형에서 시작되어, 곧 세계 도처로 널리 퍼져 말은 오늘날까지 인간의 역사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해왔던 동물의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말을 참 좋아했습니다. 원래 동물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 중에서도 드넓은 초원을 힘차게 달리는 말의 모습에서는 표현하기 힘든, 날 것 그대로의 자유가 느껴졌습니다. 생물은 자신이 태어난 목적을 달성할 때 가장 행복을 느낀다고 하던가요, 깊은 눈을 앞으로 고정한 채, 생동감 넘치는 근육을 부드럽게 움직이며 갈기를 휘날리는 말의 모습은 TV를 통해 볼때마다 제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고, 말은 자유롭게 달리기 위해 태어난 생물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습니다. 안나 시웰이 쓴 베스트셀러 고전 소설, "블랙 뷰티" 라는 책도 제가 말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사람이 아닌, "블랙 뷰티" 라는 이름을 가진 잘생긴 검은 말의 시점에서 쓰여졌습니다. 처음 부유한 집에 넘겨져서 사랑을 받았던 블랙 뷰티는 곧 여러 가지 험난한 일을 겪으며 다양한 주인들에게 넘겨지게 됩니다. 몇몇은 상냥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좋은 주인이었지만, 몇몇은 지독한 주인이었지요. 하지만 블랙 뷰티는 어떤 상황에서도 특유의 따뜻한 마음씨로 주인을 섬기며 온화한 시각을 잃지 않고 사람들을 바라보며 역경을 이겨냅니다. 결국 마지막에 가장 처음 "블랙 뷰티"라는 이름을 받았던 부자집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 블랙 뷰티의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동시에 말이라는 생물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되었지요.
승마는 이렇게 단순히 말을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 시작하게 된 취미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승마를 시작하자, 제가 생각했던 것과 굉장히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됬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멋진 스포츠란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먼저 승마는 단순히 "말을 타는" 활동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말과 함께 나아가는" 활동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욱 정확한 것 같습니다. 말은 자전거나 오토바이와 달리 내가 조종하는 대로 가라면 가고 멈추라면 멈추는 기계가 아닙니다. 새가 날아가는 소리에도 흠칫 놀라고, 같은 자리를 돌다가 싫증이 나서 꾀도 부려보고, 힘들어서 천천히도 갔다가 기분이 좋으면 온 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우리와 같이 감정이 있는 생물입니다. 승마는 나를 태운 말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때론 말에게 맞춰주고 때론 강하게 설득해 결국 함께 원하는 방향을 나아가는 스포츠로, 결코 나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늘 말과 함께 하는 스포츠인 셈이죠. 처음 말을 탔을 때, 이런 점을 잘 몰랐던 저는 분명 강사님이 하란 대로 고삐를 당겼는데 서지 않고, 안장으로 배를 자극했는데도 움직이지 않는 말에게 당황했었습니다. 그 때 강사님이 하신 말씀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네요.
말도 우리랑 똑같아요. 기계가 아니라 화도 내고 짜증도 내요. 그걸 잘 알아채서 함께 맞추는 게 승마에요. 먼저 말을 잘 이해해야 되죠.
그 이후로 저는 승마를 할 때 늘 그 날 함께 하게 된 말이 지금 어떤 기분인지, 지치지는 않았는지, 내가 내린 사인을 포착하고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항상 신경을 쓰게 되었답니다. 승마 자세를 배우랴, 허벅지에 힘을 주랴 힘든 와중에도 계속 나를 태운 말이라는 존재에 끊임없이 신경을 쓰자니 정말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나 이외의 다른 존재를 강하게 느끼고 함께 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가려던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향해도 당황하지 않고 더 강하게 저 쪽으로 가자는 신호를 보내거나, '그래 내가 져준다' 라는 심정으로 체념한채 놔두기도 했고요, 말이 내 신호를 잘 따라주면 목을 쓰다듬어 주며 "잘했어 잘했어" 라고 듬뿍 칭찬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정말 승마란 함께 맞춰 가는 과정이에요.
승마는 전신 운동이기도 합니다. 말을 한 번도 안 타 보신 분들은 종종 승마를 가만히 말등에 앉아 있는 정적이고 우아한 스포츠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승마를 할 때 또한 기본 자세가 매우 중요한데요. 허리와 등을 꼿꼿이 편채 눈은 먼 곳을 바라보며, 팔은 정확한 각도에 따라 양 옆에 놓아야 한답니다. 말등에 올라타시면, 말이 굉장히 큰 몸집을 가진 동물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가볍게 걷는 걸음에도, 그 위에 올라탄 우리들의 몸은 속절없이 흔들리죠. 그저 가만히 멍때리고 앉아 있으면 균형도 잡기 힘들고 말도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기 때문에 끊임없이 말등의 움직임에 따라 허리와 다리를 이용해 중심을 잡아 주어야 합니다.
말이 어떤 걸음을 걷느냐에 따라 평보, 속보, 구보로 나눌 수 있는데요, 각각의 걸음마다 탑승자가 취해야 하는 자세도 많이 달라집니다. 우선 평보는 말이 느리게 걸어가는 것을 뜻합니다. 이 때는 균형을 잘 잡으면 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는데요, 속보에 들어서면서 부터 고난이 시작됩니다. 속보는 말이 가볍게 통통 튀기듯이 뛰는 상태를 말하는데, 사람으로 치자면 가벼운 조깅을 하는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때 우리는 좌속보라고 해서 앉아서 허리를 빠른 박자에 맞춰 움직이거나, 경속보라고 해서 말이 뛰는 박자에 맞춰 앉았다 일어서는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네, 말 등에 앉아 있는게 아니라 안장을 밟고 일어서야 해요... 그것도 가볍게 뛰고 있는 말 위에서요... 처음 말 안장을 밟고 일어서라는 강사님의 말에 경악과 불신의 표정으로 강사님을 봤던 제가 생각납니다... 장난인 줄 알았더니 진짜였어요. 결국 몇 차례의 시도 끝에야 겨우겨우 경속보를 배우게 되었답니다. 물론 부실한 하체근육으로 인해 열 번 일어났다 앉고는 말등 위에 털푸덕 주저앉았다는 건 안비밀입니다... 그리고 그날 제 등근육과 허벅지 근육은 한층 강화되었다죠. 구보는 말이 3박자로 달리는 상태를 지칭하는데, 균형을 잡기가 어렵지만 부드러운 탑승감이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승마는 이처럼 몸의 근육을 쓰면서 체력 또한 요구하기에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이 모두 된답니다.
또 다른 승마의 장점으로는, 말 등위에서 볼 수 있는 색다른 경치를 들 수 있습니다. 말은 키가 큰 동물로, 말등은 땅으로부터 약 1.3m 정도 떨어져 있는데요, 1m 위에서 보는 경치는 땅 위에서 보는 경치와 사뭇 다르답니다. 마치 말과 하나가 된 것처럼, 오감이 보다 넓고 멀리 뻗어 나가는 기분이에요. 평소라면 신경 쓰지 않았을 저 멀리 펼쳐진 경치도 한 눈에 들어와 세상이 이렇게 넓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승마를 하려면 시선을 정면에 고정하고 멀리 보며 방향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시야와 시각이 더 넓어지게 되는 듯 합니다. 승마에 능숙해지면, 말을 타고 나가 산과 개울을 자유롭게 둘러 볼 수 있는 "외승" 도 할 수 있는데요, 이 때 말과 함께 공감하는 자유는 어떤 것에도 비할 바가 못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렇게 매력적인 장점을 가득 지닌 취미, 승마는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집에 말이 있거나, 천부적인 라이딩 감각이 있지 않은 이상, (그러나 우리는 둘 다 없죠) 승마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승마장에 가서 강사님께 레슨을 받는 방법이 거의 유일합니다. 먼저 우리 집과 거리가 가까운 승마장을 찾아보세요. 대부분의 승마장은 말의 분뇨처리를 위해, 도심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답니다. 서울시민이시라면 서울 외곽 지역이나, 경기 지역에 있는 승마장을 찾아 가셔야 할 거에요. 각 승마장에서는 승마 강사들이 레슨을 해주는 데요, 승마 강습비는 1회 1시간에 4만원~10만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 군데의 승마장을 검색하셔서 거리와 가격정보를 수집하시고, 얻은 정보를 잘 종합하셔서 본인에게 가장 알맞은 승마장을 선택하세요. 승마를 배우실 때는 일주일 이상 말을 타지 않으면 승마 감각이 무뎌지기 때문에,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우시다면 최소 주말만이라도 가셔서 일주일에 최소 한두번 씩은 승마를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승마를 할 때 필요한 안전장비 및 착용장비는 승마장에 구비되어 있습니다. 잊지 말고 꼭 하셔서 안전하게 취미를 즐기시게 바랍니다.
흔들리며 사라져가는 일상 속, 어느 순간 누군가를 강하게 느끼고 그 누군가에게도 강한 의미가 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셨다면, 그리하여 그와 하나 되어 강렬한 자유를 느끼시고 싶으시다면, 꼭 추천해드리고 싶은 취미, 승마 이야기였습니다. 오늘 하루도 가슴 뛰는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