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분야에서 몇 년을 일하는 동안, 내 일이 언제 끝날지 알지 못했다는 반성을 이제야 한다.
새벽 5시에 회사에서 나와(퇴근이 아니다), 회사 택시 카드로 용인까지 달린다. 그 사이 쪽잠을 잔다. 현관을 통과해 옷을 모두 벗고 샤워실로 들어간다. 샤워를 하고 속옷부터 모두 갈아입은 후 다시 출근 시외버스를 탄다. 쪽잠을 잔다. 사무실에서 마감하지 못한 문서를 붙들고 씨름을 한다.
몇 개월을 이렇게 보내다 보면, 과로로 면역력이 떨어진다. 뇌수막염과 부비동염이 함께 왔다. 3주간 입원실 천장을 보며 ‘난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만 계속했다.
신사업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자부심, 6개월의 잠복기를 보내고 딴 최초의 계약, 우수사원상, 프런티어상 등이 일에 묻혀 어느새 내 경력에 새겨졌다. 그렇게 몇 년을 달린 후였다.
그때의 자부심이 ‘난 뭐 하고 있는 거야’라는 질문으로 귀결될 줄이야. 회사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던 내가 환자복과 링거로 멈출 줄이야. 그렇게 일을 잘 알던 내가, 언제 멈춰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었을 줄이야. Work-Life Balance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던 내가, 병원에서 언제 증상이 가라앉고 상태가 좋아질지 모르는 날까지 누워있을 줄이야.
단 한 줄의 객관적 미래를 알지 못하다니.
‘이 일은 3일 후면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