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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Aug 28. 2024

독서라는 여행

이번 여행은 마치 오지에 혼자 놓인 기분의 여행이다.


찰스 슐츠의 ‘피넛’, 알베르 카뮈의 ‘여름’,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이라는 오지 말이다.


여러분은 어떤가? 여러분에게 이 세 권의 책은 탄탄한 가이드에 기반한, 안정적이고 편한 여행인가? 대중교통이 잘 발달한 도시의 여행인가? 나에게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척박한 오지다.


‘피넛’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호기심과 읽어 봐야겠다는 마음에서 대여했다. 두 권 모두 유명한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그로 인해 교양의 의미든 필독 도서의 경험이든 이유는 붙이기 나름이다. 나의 이유는 ‘왜 유명할까’라는 호기심과, 많은 이들이 읽은 책이니 ‘나도 어느 정도는 읽어봐야 하지 않겠나’라는 호기로움이다. ‘여름’은 김민철 작가의 ‘모든 요일의 여행’에 인용되어 있어서, 인용문 외의 나머지 부분을 읽어보고 싶어서 대여했다. 그리고 나 역시 김민철 작가와 같이, ‘무언가 느끼고 밑줄을 그을 일이 생길까?’ 하는 궁금함이 대여 이유다.


일단, 아직까지는 성공적이지 않다. ‘피넛’은 아이들과 반려 동물의 일상과 그들의 상황 대응을 통해 어른인 나의 일상을 되짚어 보는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해서, 상황에 대응하는 그들의 행동에 거리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총 7회째 대여다. 6회까지 단 10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문장과 내가 겉도는 느낌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와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7회 대여에서 완독한 경험을 밟고서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역사물을 좋아하는 내게 사피엔스는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었다. 다만, 완독할 때까지 집중력이 이어지지 않았다.


나는 여러 번 대여를 할 경우, 매번 1페이지부터 읽는다. 읽다 보면 지난번 읽은 부분이 기억난다. 하지만 이야기란 언제나 처음부터 들어야 흐름에 올라탈 수 있다. 매번 1페이지부터 읽는 이유가 그것이다.


‘여름’은 문장 하나 이해하기가 어렵다. 처음엔 번역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한국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화 해서 번역되지 않아서 내가 고생한다고 생각했으나, 점점 그 생각이 바뀌었다. 카뮈의 문장은 한 문장 한 문장 잘 씹어 삼켜야 하는 문체였다. 괜히 번역가에게 책임을 돌리려던 내 마음이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여름’은 첫 대여다. 과연 이 책은 몇 번 대여할 것인가? ‘피넛’에서 내 일상의 깨달음을 얻을 것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과연 잃어버린 여정 경로를 찾아 잘 헤쳐 나갈 것인가?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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