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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Nov 15. 2024

맞아, 잘했어

무릇 유세의 어려움은 상대방 군주의 마음을 정확히 이해하고, 내 유세가 그의 마음에 들어맞도록 하는 데 있다. 군주가 고상한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인데 큰 이익을 내세워 유세한다면 지조 낮은 사람으로 경시되어 멀리 버려질 것이다. 반대로, 군주가 큰 이익을 추구하는데 고상한 명예를 내세워 유세한다면 진정으로 협력할 마음이 없다고 여겨져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군주가 실제로는 큰 이익을 추구하면서 겉으로는 고상한 명예를 추구할 때, 고상한 명예로 유세한다면 의견을 듣는 척하겠지만 실제로는 멀리할 것이며, 큰 이익으로 유세한다면 속으로는 받아들이면서도 겉으로는 버릴 것이다. - 사마천 지음, 송도진 옮김 / 사기열전



조직에 들어간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 참고할 만한 이야기다. 조직은 상명하달(Top-Down) 문화이며, 추진하려는 일은 상위 관리자의 허락 여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조직 내에서 위로 나아가려면 옛 유세가처럼 ‘유세’를 해야 한다. 그래서 Presentation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분 Speech 기법도 있지 않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기 전까지 설명하고 허락을 받는 방법이다. 한때 회사원의 책상 위 필독서가 되었던 1 Page Proposal도 같은 맥락이다.


오늘은 이런 방법을 설명하려는 게 아니다. 방법을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만일 부모가 자녀를 훈육할 때 “안된다”는 말로 일관한다면, 아이는 주위에 닫힌 문이 가득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 문들을 피해 나아가다가 부모에게 들을지도 모른다. “왜 그리로 가니!?”


훈육의 방식으로는 “된다”는 말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자녀의 작은 행동이라도 “맞아”나 “잘했어”라는 말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그 길로 나아가며 망설임이 없어진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직원의 행동에 대해 “맞아, 잘했어”라는 표현을 쓰면, 내 의도가 보다 잘 전달된다.


“우리 아이에게 그렇게 말할 부분이 없는데…”


학부모는 남의 집 아이의 장점은 알면서 내 아이의 단점만 본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의 장점을 알고 이를 키운다. 조직의 상사 역시 마찬가지다. 조직원의 장점을 알아 이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영광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단점은 경험 많고 아는 것이 많은 상사가 보완해 주어야 한다. 상사란 KPI를 관리하는 역할이지 사람을 부리는 자리가 아니다. 따라서 상사는 지도자이지 상전이 아니다. 아직도 이러한 착각을 가진 채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는 고민하지 않고, 사람을 부려 문제를 틀어막으려는 이들이 많다. 이런 상사가 있는 조직은 인사에 큰 구멍이 있는 조직이라 할 수 있다.


한비자의 지침은 “안 된다”로 가득하다. 만일 한비자가 자신의 저작에 “된다”라는 말을 더 많이 담았다면, 세월이 흐름에 따라 방법이 달라져도 이를 통해 나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물론, 한비자의 글에서 바른 길을 찾은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말이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가 현자의 행간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뛰어난 이가 왜 소수이겠는가? 가능한 많은 이들이 옳은 길을 알게 된다면, 그리고 그들이 올바른 결과를 얻는다면, 하나하나의 성취가 쌓여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다. 욕심보다는 모두의 삶을 소중히 여기게 될 것이며, 소수의 이익이 아닌 모두의 이익을 위해 걸어 나가게 될 것이다. 이것이 교육의 힘이다. 교육이 백년지대계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가정이든 기업이든 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교육은 나아갈 방향을 가르쳐주는 행위다. 그러니 “안 된다”는 말이 아니라, “맞다”는 말을 할 부분을 찾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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