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가 읽은 도서는 주목을 받는다. 그가 추천한 책도 주목을 받는다. 왜 그럴까?
첫째, 인지된 신뢰와 권위 때문이다. 대중이 호감을 느끼는 인물은 이미 일정 수준의 신뢰와 친근감을 얻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흥미롭거나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되기에, 그들이 읽은 책 역시 흥미롭거나 유익할 것이라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그래서 그들의 추천은 그 도서가 가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라는 보증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둘째, 사회적 영향력과 유행 형성의 힘이다. 인기 인사나 유명 인사의 추천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기 쉽다. 대중은 자신이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인물이 하는 활동에 동참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며, 그들이 읽는 책을 따라 읽음으로써 일종의 연결을 경험한다. 이처럼 같은 문화를 공유하며 느끼는 소속감 또한 큰 이유가 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비행기의 비행 모습을 조사하고 그대로 묘사하는 방식으로 그리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비행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내고, 그것을 그림으로 구현해 낸다. 창작이란 어쩌면 여기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이 말은 자신이 가장 읽고 싶은 글을 쓰라는 조언과도 맞닿아 있다. 자신이 가장 멋지다고 느낀 비행 모습을 그리는 것, 그것이 창작의 첫걸음이다.
창작자란 단순히 현실을 재현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 너머에 있는 이상적인 장면과 감각을 표현하려는 노력이 그들에게는 있다. 창작은 현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재구성하고, 그 안에서 가장 아름답고 의미 있는 순간을 구현해 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읽고 싶은 글을 쓰라”는 조언 또한 같은 맥락에서 창작자가 주체적으로 작품에 자신의 흥미와 애정을 투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 창작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 마음속에 가장 멋지다고 느끼는 것을 표현할 때 그 작품은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가며, 독자에게도 강렬하게 전달될 것이다.
미야자키의 비행 장면처럼, 창작은 현실에 얽매이기보다는 창작자가 꿈꾸는 이상적인 장면을 그려내는 데서 출발한다. 이는 현실에 뿌리를 두되, 그 이상을 구축하는 새로운 세계로 이어진다.
그의 책 『책으로 가는 문』은 미야자키가 어린 시절에 읽었던 소년 전집에서 어떻게 꿈과 상상력을 키워왔는지 담고 있다. 이 전집은 1950년대에 발행된 다양한 책들로, 고전 동화, 모험 이야기, 역사적 사건까지 다채로운 주제가 포함되어 있다.
미야자키는 다시 이 책들을 읽으면서 왜 그 책들에 끌렸는지, 그리고 어떤 감정과 생각을 일으켰는지 성찰했고, 특별한 영감을 준 50권을 선정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추억의 재발견이 아니라, 그의 창작 세계에 중요한 영향을 준 텍스트들을 깊이 탐구하고 해석해 보는 작업이었을 것이다.
이 도서 목록은 단순한 추천을 넘어서, 미야자키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어린 시절의 독서 경험이 어떻게 기여했는지 보여준다. 그는 원문의 느낌을 최대한 유지하며 현대적 해석과는 다른 고유한 관점을 담아내고 있다. 따라서 『책으로 가는 문』은 그의 예술적 기원을 이해하고, 창작에 영향을 준 원천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나 또한 이야기를 짓는다. 아직은 초보로서 생각을 서사하는 데 머무르고 있지만, 내가 마음속에서 가장 멋지다고 느끼는 무엇인가를 그려보고,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어 보는 것에서 시작해 보고자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내가 가장 멋지다고 여기는 장면을 그려보는 것은 창작의 좋은 발판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펼쳐질 수 있고, 서사의 실마리도 생겨날 것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나 장면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묘사해 보자. 색깔, 소리, 감정, 공간의 느낌 같은 요소들을 머릿속에 자세히 그려보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며 작은 이야기를 붙여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편적일 수 있지만, 계속 시도하다 보면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될 것이다. 창작의 초반에는 완벽한 서사를 만들기보다, 자신만의 멋진 순간들을 모아가는 과정을 즐기는 데 집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