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브리엘의오보에 Dec 06. 2024

햄버거

햄버거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일까, 아니면 삶 속에서 기쁨과 사치를 담아낸 특별한 경험일까? 나는 오늘 그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보았다.


어린 시절의 햄버거는 내게 특별한 추억이었다. 압구정 한복판, 새로 문을 연 매장 앞에서 긴 줄을 기다리며 들뜬 마음으로 서 있던 내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내 가슴을 설레게 한 것은 단지 따뜻한 빵과 노릇노릇한 패티의 냄새만이 아니었다. 햄버거는 학교 앞에서 흔히 먹던 군것질과는 달랐다. 고급스럽고 새로운 경험, 그리고 돈과 시간을 투자해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느껴졌던 하나의 문화였다.


몇 년이 흘러, 매장에서 나누어 주던 작은 장난감들이 등장하면서 햄버거는 또 다른 매력을 더했다. 특히 스누피 시리즈를 모으기 위해 연달아 햄버거를 사 먹던 그때의 열정은 내 어린 날의 소중한 기억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메뉴는 바뀌고 소스는 더 세련되게 변했지만, 그 시절의 기억과 맛은 여전히 내 입안에 남아 있다. 햄버거는 이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바쁜 하루를 끝낸 퇴근길에, 혹은 문득 떠오르는 그리움과 함께 자연스레 나를 부른다.


하지만 이런 충동은 늘 갈등을 동반한다.

“굳이 돈을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

“가족들에게 미안하지 않을까?”


생활비를 아껴야 한다는 현실적인 고민과 혼자만의 사치를 즐긴다는 죄책감이 맞서지만, 결국 나는 햄버거를 선택했다.


오늘의 선택은 나를 위한 작은 사치였다. 어니언링에 몇 백 원을 더 지불하며 느낀 만족감. 쿠폰을 사용하며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그건 상관없다. 사치는 가격표가 아니라 순간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새로 출시된 신메뉴를 천천히 음미하며 나만의 시간을 보냈다. 두 장의 생고기 패티 사이로 스며든 소스가 입맛을 정교하게 채워 주었고, 톡톡 터지는 콜라의 탄산은 그 맛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바삭한 어니언링은 햄버거의 완벽한 동반자였다.


햄버거는 단지 음식을 넘어 나를 충족시키는 하나의 경험이다. 과거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현재의 욕구를 채우며, 작은 행복을 선물한다. 오늘, 나는 햄버거를 통해 그 행복을 만끽했다.


당신에게도 그런 음식이 있는가? 추억과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특별한 한 입. 그게 무엇이든, 그런 사치야말로 삶을 더욱 빛나게 한다고 믿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