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좋은 술을 만나면 그간 좋았던 술맛을 모두 잊는다. 기준은 항상 높아진다. 그러니 찾는 대상도 자연스레 높아진다.
손가락장갑은 내피를 아무리 보완해도 손가락의 시림을 막기 어렵다. 특히, 손가락 끝이 얼어붙는 것은 더더욱 막기 힘들다. 겨울은 지난해의 추위를 기억에서 지우고 더 낮은 온도로 다가온다. 여름이 매년 기록을 갈아치우듯이 말이다.
다가올 겨울을 위해 내가 선택한 월동 장비는 손 모아 장갑과 넥워머다. 넥워머는 스키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아이템이다. 목을 따뜻하게 보온하면 상의가 다소 가벼워도 추위를 견디기에 충분하다. 특히, 육체 활동이 많을 때는 가벼운 차림이 오히려 더 편리하다. 나는 다이소에서 구입했다. 가격 대비 성능을 현재 체험 중이다.
또 하나의 선택은 손 모아 장갑이다. 두툼한 솜이불로 손을 감싼 듯한 느낌이 든다. 손을 편 채로도, 장갑 안에서 주먹을 쥔 채로도 따뜻함이 유지된다. 무엇보다도 손끝이 시리지 않다는 점에서 낙점했다. 이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선택이었다. 손에 땀이 찰 정도로 따스했던 그 기억 말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터치 스크린이 되지 않고, 에어팟을 조작할 때나 작은 물건을 집을 때는 장갑을 벗어야 한다(손가락장갑도 다르지 않지만). 스마트폰 터치는 아예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디지털 디톡스라는 의도치 않은 이점도 있다.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장갑 안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며 체온의 따스함을 느껴보라. 그 온기만으로도 불편함을 잊게 된다.
손모아장갑(벙어리장갑)의 보온 원리와 손가락 장갑과 비교했을 때 더 따뜻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보온 원리
• 공기층 형성: 손모아장갑 안에 손가락이 모여 있는 구조로 인해 손가락 사이에 공기층이 형성된다. 이 공기층이 단열재 역할을 하여 손의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 열 손실 감소: 손가락이 따로 분리되지 않고 한 공간에 모여 있으면, 손가락끼리 직접 닿아 체온을 공유하게 된다. 이는 손가락이 따로 떨어져 있는 손가락 장갑보다 열 손실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2. 손가락 장갑과 비교해 따뜻한 이유
• 표면적 감소: 손모아장갑은 손가락이 모두 한 공간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외부에 노출되는 표면적이 손가락 장갑보다 적다. 표면적이 줄어들면 열 손실도 줄어든다.
• 손가락 사이 열 전달: 손가락 장갑은 손가락이 각각 분리되어 있어 열이 빠르게 외부로 전달될 수 있지만, 손모아장갑은 손가락끼리 밀착되어 있어 서로의 열을 공유하며 따뜻함을 유지한다.
• 공기의 단열 효과: 손모아장갑 내부의 넓은 공간은 더 많은 공기를 포함할 수 있다. 공기는 열전도율이 낮아 좋은 단열재 역할을 하므로, 내부 온도를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결론
손모아장갑은 구조적으로 손가락 장갑보다 열 손실을 줄이고 체온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므로, 추운 날씨에서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다만, 손가락 움직임의 자유도는 손가락 장갑이 더 높아 활동성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는 손가락 장갑이 유리할 수 있다.
손 모아 장갑을 찾는 사람이 꽤 있는지, 생각보다 다양한 모델이 매장에 전시되어 있었다. 예전의 모델과 유사한 것을 찾으려 했지만, 세월도 흐르고 기호도 변했는지 결국 새로운 선택을 했다. 그리고 지금, 그 선택이 옳았음을 경험으로 깨닫고 있다.
이 따스함은 겨울 외출의 즐거움을 지켜준다. 손끝이 시리면 외출의 기쁨이 반감되기 마련이다. 이제는 겨울 바다와 설경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경치를 즐기고, 그 속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겨울 장비를 선택할 때 작은 팁을 나누자면, 손 모아 장갑은 소재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수 기능이 있으면 눈 속에서도 손을 따뜻하고 건조하게 유지할 수 있다. 목 넥워머는 얇고 신축성 있는 소재를 선택하면 활동 중에도 불편하지 않다. 필요에 따라 털 안감이 있는 제품을 고르면 더욱 효과적이다.
겨울의 추위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추위 속에서도 따뜻함을 찾는 노력은 겨울을 사랑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이번 겨울은 내 선택으로 더 따뜻하게,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여러분은 이번 겨울, 어떤 따뜻함을 선택하시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