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 작가는 말했다. 떠난다고 해서 무엇이 크게 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여기서도 나인 것처럼 거기서도 나는 여전히 나일 거라고. 갑자기 멋지고 근사한 모습으로 바뀌는 일도, 숨겨졌던 자아를 찾는 기적도 없을 거라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야 할 때가 있다고 했다. 공간의 형태를 빌린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혼자 아무 말 없이 그곳에 머무는 인생의 한 조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조각이 내 삶에 어떤 의미를 줄지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나 혼자 조용히 알게 될 것이라고.
나는 달라졌다. 야근과 회식, 철야와 음주로 점철되었던 일상에서 벗어나 운동과 휴식, 독서를 새로운 일상으로 삼았다. 새벽 6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워싱턴 스퀘어 파크로 향한다. 2km 정도 걷다 보면 나무와 벤치가 놓인 작은 숲길 같은 산책로가 나온다. 그곳을 가볍게 뛰며 하루를 시작한다. 뉴욕의 아침은 조용하다. 가끔 눈을 감고 단전호흡을 하는 젊은이가 보이기도 한다.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는 이 도시에서, 그 모습은 낯설지 않다. 아침 조깅을 마치고 센트럴 파크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이탈자의 아침은 그렇게 시작된다.
어떤 마음으로 떠났느냐에 따라 이탈지에서의 생활도 달라진다. 김민철 작가와 내가 각각 파리와 뉴욕을 선택한 이유가 달랐듯이, 우리의 일상 역시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통점도 있다. 떠난 후 어떻게 변했는지는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되짚어볼 수 있다는 것. 지금 내가 예전의 이탈을 돌아보며 달라졌다고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당신이라면 어떨까? 두 달쯤 떠나 있다면, 돌아왔을 때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 것 같은가? 고집이 센 편인가? 아니면 변화의 기회가 있다면 쉽게 움직이는 편인가?
내가 변한 이유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해 떠났기 때문이다. 과거의 모습을 부정하거나 도망친 것이 아니다. 떠나기 전 나의 장단점을 충분히 돌아본 후, 조금 더 건강한 일상으로 나를 회복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이 내가 서울을 떠난 진정한 이유였다.
자문들
* 지금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변화 때문이 아니라 진정한 휴식을 위해서다. 꼭 바다를 건너야 휴식의 스위치가 켜질까?
* 목표는 성수기도 비수기도 아닌 9월의 '어깨 시즌'이다. 떠난 후 어떤 삶을 살아가든,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 이번에는 어떤 기록을 남겨야 할까? 사진을 찍되 반드시 작은 설명을 붙이자. 나중에 회상하며 곱씹기에 더 편리할 것이다.
* 짐을 최소화하겠다고 결심했는데, 정말 10kg을 넘길 필요가 있을까? 충전기와 스마트폰, 여권과 카드, 속옷 한 벌, 상비약, 손수건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떠나는 이유는 대략적으로 정리되었다. 아마도 나는 떠날 것이다. 혼자서, 어디로든. 국내 로드트립이 될 수도, 제주도에서의 느린 여행이 될 수도, 아니면 동경의 뒷골목을 걸어볼 수도 있다. 어디를 다녀오든 돌아와서 '잘 다녀왔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은 출발 전에 리셋할 예정이다. 금융과 여행 관련 앱을 제외한 모든 것을 지울 것이다. 광고 알림이나 뉴스레터에서 벗어나,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다.